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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un 10. 2022

풀 먹기 싫다

샐러드 체인점 후기 - 프레퍼스, 샐러디, 싱싱 샐러드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 즐거웠던 로제 떡볶이 유행의 다음 타자가 샐러드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후죽순 터져 나오는 샐러드 체인점을 멀리서 바라보며 강 건너 불구경을 하던 중, 샐러드 집에 방문할 일이 생겼다! 꽤나 가까이에 샐러드 마니아가 있었던 것이다. 샐러드도 수요가 있으니 유행한다는 걸 간과했다. 지독한 편식으로 초록색은 입에도 안 대던 내가 샐러드 가게에 방문하게 된 만큼, 울면서 먹은 샐러드 후기를 남긴다. 샐러드 체인점 비교글을 찾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첫 번째 프레퍼스 더블 포크 명이나물 덮밥 ★★ (9900원). 샐러드 가게 첫 방문에 잔뜩 쫄아버린 사람의 메뉴 선택을 보아라. 싱싱한 풀이 전무한 돼지고기+명이나물+밥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상상 속의 평범한 덮밥이었다면, 이곳은 샐러드 집이 아닌 덮밥 집이었을 것이다. 맛없다는 말이다. 더블이라 두 배로 맛없었다. 만약 프레퍼스에 방문하게 된다면 방문 의도대로 싱싱한 채소 샐러드를 먹도록 해라. 가기 싫은데 끌려가게 됐다면, 최대한 작은 걸 시키고 후식을 먹도록 해라.


두 번째 샐러디 칠리 베이컨 웜볼 ★★★ (7400원). 샐러드다운 샐러드를 먹은 건, 이곳이 유일한데 신기하게도 이게 제일 맛있다. 샐러드는 소스 맛으로 먹는 사람으로서, 소스가 다이어트 용이 아닌지 굉장히 맛있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큰 단점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4살짜리 애기도 이것보단 많이 먹을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 컵누들과 같은 원리로 맛있는 다이어트 식품은 양을 줄여서 칼로리를 낮추는 듯싶다. 뿌링클을 한 입만 먹어도 칼로리는 낮다. 


이 샐러드를 먹으며 생긴 궁금증인데, 샐러드에 따끈따끈 현미밥을 넣는 게 옳은가? 탄단지를 골고루 챙긴다는 명목은 이해한다. 하지만 풀 바구니에 밥을 넣는 게 어떤 요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이 작고 소중한 샐러드를 먹은 뒤, 바로 투썸플레이스로 가서 480칼로리 밀크티 쉐이크를 大자로 먹었다.


세 번째 싱싱 샐러드 칠리 볶음 파스타 ★★★ (12000원). 이쯤 되면 이 글이 샐러드 가게 후기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무시하고 이어가 보자. 그래도 이건 풀이 반이다. 시중에 파는 샐러드 파스타는 대체로 차가워서 밥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메뉴는 따뜻하다는 점에서 밥다운 밥이다. 칠리 파스타를 추천해준 샐러드 마니아는 삼겹살을 추가(4000원)하라고 하였으나, 집안 기둥을 뽑아서 파스타를 먹을 순 없기 때문에 참았다. 


매콤한 볶음면이라 맛은 있었는데, 샐러드 집에서 이걸 왜 파는 걸까? 식단 하는 이의 일탈을 위해? 식단 하는 이와 데이트하는 사람을 위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질긴 채소가 없고, 소스가 맛있어서 일주일 동안 먹을 풀을 여기서 다 먹었다. 굿!


어쩌다 내가 샐러드 체인점을 이토록 잘 알게 됐을까. 사실 샐러드는 안 먹고 맛있는 메뉴만 찾아서 딱히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샐러드 가게 가면서 꾸역꾸역 맛있는 메뉴만 찾은 게 우습다. 샐러드 체인점을 다니면서 다들 나 빼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풀을 먹여 줬다는 점에서 샐러드의 유행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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