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 고치는 방법 알려주세요 (내공 1000)
지난 게시물에 NO 샐러드를 선언했으니, 묵혀두었던 편식 글로 기세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악명 높은 나의 편식은 옛날부터 저장해 놓은 소재지만 쓰면서도 너무 비호감이라 뒤로 미뤄두었다. 어렸을 땐 동네에서 제일가는 편식인이었어도, 나이를 먹으니 웬만큼 싫은 건 그냥 씹어 삼킬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긴 했다. 하지만 유년기의 화끈했던 편식의 잔재는 쉽게 사라지지 않기에.. 웃길 정도로 까다로운 입맛이 형성되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만큼 나의 편식은 그 수준이 남다르다. 오이는 싫지만 피클은 먹는 온건파 편식이 있다면, 나는 강경파 편식 노선을 타고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나는 편식을 옹호하지 않는다. 편식은 안 하는 게 최고다. 이것저것 안 가리는 게 건강하고, 보기도 좋고, 일도 잘 풀리고.. 아무튼 좋다.
강경파 편식인의 예시를 오이로 들어 보겠다.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대장으로서 피클은 당연하고, 수박도, 멜론도 먹지 않는다. 오이와 유사한 맛이 난다. 화채도 멜론 프로슈토도 먹지 않는다. 원재료보다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 수박바, 메론바 정도는 가능하다. 멜론의 아주 달달한 부분은 오이와 맛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 부분만 냠 먹고 나머지를 버린다면 세상 그런 진상이 없을 것이기에 손도 안 댄다. 다시 말하지만 편식은 진짜 진상이다.
이 글은 편식을 지지하는 글이 아니며, 이 정도 수준으로 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재밌게 봐달라는 의도로 작성되었다. 그러니 첨부한 테스트를 해보며 함께 즐기자. 나는 시고 달달한 음식을 밥으로 먹는 게 싫다. 새콤한 메뉴로는 냉면, 초계국수, 김치찌개 등이 있고, 달콤한 메뉴로는 불고기 등이 있다. 그리고 한식에 끼어든 치즈도 별로다. 피자 같은 건 좋지만, 찜닭에 치즈? 볶음밥에 치즈? 못 먹는 건 아니지만 맛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한다. 정말 유난스럽기 그지없다.
취향은 비교적 알기 쉽다. 흐물파(마이너)다. 탕수육? 부먹, 시리얼? 눅눅, 라면? 퍼진 면! 하지만 이 부분에선 강경은 아니다. 편식으로 이미 유난 떨고 있기 때문에 잘 먹는 음식으로는 유난 떨고 싶지 않다. 민초도 당연히 싫지만, 오버하는 사람이 더 싫다. 음식은 안 가리고 잘 먹는 사람이 최고다.
편식의 이점은 딱히 없고, 학창 시절 함께 밥을 먹던 친구들에게만 장점이 됐다. 과일 역시 어마 무시하게 가려서, 3교시부터 내 식판에 올라올 후식 과일을 가져가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요란한 편식에는 반전도 존재한다. 대놓고 맛없는 건 잘 먹는다. 홍삼 진액이라든지 산삼이라든지.. 오히려 포도즙, 배즙, 사과즙 같이 맛있는 척하는 건 못 먹는다. 누가 봐도 쓴 거면 참고 먹겠는데 은은하게 맛없으면 못 먹겠는 느낌, 공감하는 분 계신가요? 맛있는 척하려고 애쓴 물약 같다.
글로 쓰니 정말 꼴 보기 싫다. 편식을 안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이 존재하긴 한 걸까. 이 나이 먹도록 못 고친 걸 보면 전망이 어두운 데 큰일이다. 최대한 티를 안 내고 사는 방법만이 답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