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짓은 쉽게 몸에 익는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있다. 그건 바로 맞춤법! 어려서부터 책과 친했던 만큼 일상 용어를 틀릴 일은 거의 없다. 친구들은 그런 나에게 "너랑 문자 하면 맞춤법이 신경 쓰인다"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나도 잘 모른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딱히 너스레를 떤 건 아니고, 책 한 권을 읽어도 모르는 단어가 줄줄이 튀어나오니, 모르는 게 팩트였을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의 주제는 '맞춤법 틀리는 걸로 오버하지 말자'이다.
한국인으로서 어휘 공부하는 게 당연한데 무슨 소리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아름다운 한글을 오염시켜도 무관하다는 게 아니다. '빨리 낳아'라며 순산을 기원한다던가, '골이 따분한 성격'이라며 어쩐지 뜻이 더 잘 전달되는 오류를 보았을 때까진 나 역시 재밌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되', '돼'를 틀리면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 취급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가벼운 웃음이 조롱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대화 중 틀린 맞춤법을 발견했다면 얼마든지 교정해 줄 수 있다. 배우고 알아가면 될 일을 캡처해서 인터넷에 공유하며 희롱하는 것이 정당할까? '되', '돼'를 틀렸다면, '되'와 '돼'를 적절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국어 시간에 졸았냐느니, 지식수준이 낮다느니 하는 말까지 들을 이유는 없다. 남의 수준을 넘겨짚고 희롱하는 게 그깟 맞춤법 실수보다 훨씬 한심하다. 맞춤법을 틀렸다는 사실이 그의 인생이 조롱당할 근거가 될 순 없다.
인터넷 보급률 증가에 따른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본질에는 대중의 의식 수준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인의 행동을 인터넷에 동의 없이 게시하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비웃고 조롱하는 건 명백히 잘못되었다. 하지만 맞춤법에서 만큼은 욕해도 되는 권리를 부여받은 듯, 죄책감 없이 비난을 일삼는다. 이는 맞춤법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자신의 괄시를 정당화하는 행동일 뿐이다.
세종대왕이 알면 노할 것이라는 핑계 역시 그렇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어려움을 느껴, 한자를 대신할 훈민정음을 만든 사람인데 이런 일로 노발대발 할리가 있나? 세종대왕을 쫌생이로 만드는 걸 더 싫어할 거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유독 맞춤법에만 엄한 잣대를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현상을 뒤틀린 우월감 표출이라 생각한다. 쉬운 상식을 통해 자신의 지적 수준을 과시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가성비가 좋은가. 어려운 지식은 그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안', '않'을 구분 못하는 사람을 찾아 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맞춤법의 난이도가 아니다. 희롱과 비난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걸 문제 삼는 것이다. 단편적인 요소로 비약하지 말자. 비난을 습관화하지 말자. 못된 짓은 몸에 쉽게 익는다.
일단 사람을 놓고 등급을 따지는 식의 태도는 뭐가 됐든 별로다.
작은 부분 하나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별로다.
(중략) 맞춤법 중요하지. 근데 그걸로 사람의 품격을 매긴다고?
맞춤법 잘 지키는 사람이 틀리는 사람에 비해 격이 높아? 정말?
아무튼, 술 _ 1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