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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un 20. 2022

[디자이너의 언어] 북 디자인의 기쁨과 슬픔, 이유진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은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첫 번째 인터뷰.


책을 더 아름답고 보기 좋게 다듬는 북 디자이너, 이유진의 언어를 만나보자.



1. 안녕하세요디자이너님인터뷰로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맡고 계신 일에 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부크럼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유진입니다. 도서는 출간되기까지 많은 분의 손을 거치는데요. 그중에서도 책을 더 아름답고 보기 좋게 다듬는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표지부터 내지, 책의 형태나 크기부터 글자와 쪽 번호 하나하나까지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편집 디자인 외에도 도서 상세 이미지라든가, 서점 매대 POP 등등 도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고 있어요.


2. 입사하신 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역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일까요. 초판 이후에도 리커버나 개정판 등을 전부 맡게 되면서 애정이 많이 가게 된 도서입니다. 초판 작업을 맡기로 했을 때가 입사한 지 한두 달밖에 안 됐던 때인데, 이렇게 중요한 책을 맡아도 되는 걸까?!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감 당시에도 무척 정신없었어요. 그래도 팀원분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책이 나올 수 있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당시 팀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3. 현재 북디자인 트렌드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으실 거 같아요근래에 본 책 중에 디자인이 인상 깊었던 것이 있으신가요혹은 평소 좋아하는 디자인 스타일이 따로 있으신가요?     


평소에는 좀 더 맥시멀하거나 화려하고, 과감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그간의 작업물 중에서는……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표지 같은 스타일이 좋아요.


시간은 좀 됐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민음사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표지입니다. 제가 콜라주 기법을 좋아하거든요. 표지에도 콜라주 작품이 쓰일 수 있구나! 싶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스패로> 표지가 인상 깊었어요. 실제로 보면 후가공이 반짝거려서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 외에도 마카롱 출판사의 <펑>, 책나물 출판사의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같은 느낌도 좋아해요.


4. 북디자이너만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디자인이 무척 하고 싶다!’, ‘디자인이 아니면 도저히 안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진로를 선택했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업무가 일치하면 고통스럽다는 말도 있지만, 제겐 장점이 더 큰 것 같아요. 사실 작업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생각한 만큼 표현이 안 될 때가 많거든요.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니까 부담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는 ‘내가 좋아해서 고른 길인데 어쩌겠어.’하고 이겨냅니다.


책 만드는 일의 가장 큰 기쁨은 작업의 결과물이 도서로 탄생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무려 전국 서점에서 팔리게 되는 거잖아요! 마감이 끝나고 작업한 도서를 마주하면 생기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5. 최근에 디자인하신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20만 부 기념 개정판이 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기존에 출간되었던 두 가지 버전의 디자인과는 어떤 차별점을 두었나요디자이너님의 작업 후기를 들려주세요.     


<잘잘잘>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항상 부담감과 중압감이 있어요. 초판본 자체만으로도 예쁜 책이거든요. 덕분에 이번 개정판에서는 좀 많이 길을 헤맸습니다. 초판본에서는 좀 더 진중했고, YES24 인터넷 서점 단독 리커버 판은 표지에 파도 사진을 더해 도서 특유의 감동이 온전히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미 해버렸으니 개정판에서 다시 사진이 들어간 표지를 쓰긴 애매하고….


결국 많은 회의 끝에 기존의 무게감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계절에 맞는 청량한 색감과 반짝이는 후가공을 입혀 좀 더 특별하고 산뜻한 느낌을 입게 되었어요. 표지의 색감이 평범한 인쇄로는 표현이 안 되는 색상이라 걱정했는데, 저희 도서만을 위한 별도의 색을 사용해서 표현이 무척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초판, YES 24 리커버, 개정판


6.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후배들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출판문화를 사랑하고이 세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뻔한 얘기로는 포트폴리오 및 자격증 준비 등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라는 말을 무척 좋아하는데, 정답이 없는 길을 걷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디자인 자체에 대한 애정(혹은 애증)과 꾸준함 없이는 힘들 것 같아요. 


출판사에 다닌다고 하면 다들 출판 업계는 요즘 어렵지 않냐고들 말씀하세요. 실제로도 다른 디자인 업종에 비하자면 전망이 어두운 것도 사실이고요. 언젠가는 면전에 대고 ‘망해가는 업계’라는 말까지도 들은 적 있어요. 하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후배가 있다면… 여러분에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저는 절찬리에 응원하겠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7. 마지막으로디자이너님께 북디자인이란?     


‘덕업일치’다! 제가 좋아하는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더 예쁘게 만들고 싶고,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작업물에도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날이 갈수록 경험치가 쌓이면서 나아지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고요. 내년에는 더 멋진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를 전달받았길 바라며,

이유진 디자이너가 사랑하는 문장으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 한강, 저녁 잎사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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