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재이 : 디자이너 재능 낭비 이야기
스물 중반인데도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게임이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영화를 한 편 보면서, 음식을 다 먹을 때쯤 게임기를 들고 나란히 누워 게임을 한다. 어른이 “뭐야! 너희가 초딩이야?!” 라고 말씀하시면 “네! 저희 아직 어린애예요~!” 하고 웃어넘긴다.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게임이나 만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좋아해서 출판사에 다니게 되었듯이, 좋아했던 것이나 해보았던 경험은 사람들에게 평생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취향이라는 것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요즘은 모바일 게임도 잘 나오지만 닌텐도 DS lite를 들고 커왔던 나에게는 콘솔 게임이 제일 잘 맞는다. PC게임도 좋지만, 캐시 시스템이 도입된 게임은 정신 놓고 ‘현질’을 해대기 때문에 차라리 유료 게임을 사서 몇백 시간 플레이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라고 통장과 나름의 타협을 봤다.
콘솔 게임을 좋아한다고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거창한 기계까지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닌텐도사의, 그중에서도 스위치 lite를 끼고 산다. 나의 닌텐도가 아이스블루에서 터콰이즈로 변할 동안 게임들도 많은 발전을 했다.
그중에서도 동물의 숲 시리즈. 이미 한 철 유행은 다 지났지만, 꾸준히 좋아하는 게임이다. 놀러 오라던 게임에서 모여보자는 게임까지. 그래픽은 물론이요 시스템도 크게 바뀌었다. 여전히 ‘힐링 게임’인 본질은 같지만 꾸밀 수 있는 요소가 대폭 늘었다.
그래서, 게임 좋아하는 건 알겠고. 디자인이랑은 무슨 상관인데?
디자이너의 재능 낭비를 보여주려면 게임 스크린샷 자랑이 좋을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동숲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소문난 처지에, 400시간이 넘는 플레이 타임의 재능 낭비 결과물 정도는 자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더 멋진 인테리어가 지천에 깔려있지만, 나름대로 잘 꾸몄다는 자부심이 있다. 솔직히 주변에 자랑하면 다들 역시 디자이너라며 신기해하는 덕에 약간 우쭐한 마음도 없잖아 있고.
입사한 뒤에 돈을 모아서 게임기와 동숲을 구매했다. 그 뒤로 벌써 1년 가까이 느긋하게 플레이하고 있는데, 여전히 질리지 않고 있다. 섬에 매일 자라나는 잡초를 질리지도 않고 뽑아내며 꾸준히 섬의 동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토록 게임은 나에게 유구한 전통을 가진 나름의 힐링이고 취미이며 휴식이다.
“다 큰 어른이…….”
요즘은 이런 말도 잘 안 한다지만 다 큰 어른이면 오히려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람이어도 괜찮고 어린아이들처럼 장난감, 아이돌 혹은 만화나 게임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을 일이다. 안 그래도 노잼인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이 주는 한 줄기 빛 같은 즐거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게다가 그냥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돈 그리고 열정을 쏟는다니! 분명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