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드라마를 엄청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보는 것도 아니고. 재밌는 게 있으면 적당히 보고, 엄마가 보실 때 옆에서 자연스럽게 보거나, 유행한다는 드라마가 있으면 관심이 가는 정도?이렇게 말하면 무척 많이 보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요새는 1, 2화를 보다가 흥미가 식으면 하차하곤 한다.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널리 유행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도 많아져 볼거리가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유행했던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코 지난주에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 >
최근 전개에서는 러브라인이 심화하면서 이탈하는 시청자들도 발생했지만, 초창기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오죽하면 신생 방송사에서는 볼 수 없는 경이로운 시청률이라며 뉴스까지 나올 정도로 연신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도 처음에는 우영우 특유의 슴슴하고 따스한 전개와 동화 같은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주인공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다 보니,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면 괴리감이 느껴진다. 100억짜리 땅 상속 사건이라든지, 학연 혈연 지연에 맞서 자기 부장판사인 아버지를 내세우는 주인공의 친구라든지...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쉽게 말해 소시민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영우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쉽지 않은 시도의 소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펜트하우스’나 ‘스카이 캐슬’ 같은 자극의 끝판왕이었던 드라마들이 유행하던 것보다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쓴이는 욕을 하면서도 펜트하우스의 마지막 시즌 본방송까지 사수할 정도로 열심히 봤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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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룡이 나르샤, 2015 >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뜬금없게도 ‘육룡이 나르샤’를 말한다. 갑자기 웬 사극? 싶겠지만, 꾸준히 좋아하는 장르다.
요즘은 길어봤자 16화, 20화짜리 드라마들이 주류지만 이건 무려 50부작이다. 이 장편 드라마를 세 네 번은 봤으니 좋아한다는 건 우리 집 고양이가 봐도 알 수 있다.
스토리는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조선 건국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육룡’이 주인공이라 이성계, 이방원, 정도전 등 총 여섯 명의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형적인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액션도 무협물처럼 다뤄져 꽤 보는 맛이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마저도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고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 많다.
작가들이 쓴 전작인 ‘뿌리 깊은 나무’와 이어지는 설정의 캐릭터들도 있어서 작품을 이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아직도 OST를 들으면 가슴이 뛴다.
< 반짝반짝 빛나는, 2011 >
어릴 적에 출판사의 이야기를 다룬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아이가 바뀌고... 악녀가 나오고, 주인공은 캔디 같은 타입인 전형적이지만 인기가 많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막장 전개보다도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파주에 외근을 나가거나, 인쇄가 잘못되어서 몇천 부짜리 도서에 정정 스티커를 붙이는 이야기를 보면서 출판사를 다니면 재미있겠다는 막연한 생각 가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몇천 부짜리 실수는 조금 끔찍한 것도 같다. 그래도 파주로 나가는 인쇄 감리 외근은 즐겁고, 출간된 책들을 보면 뿌듯하다. 우습게도 나의 디자인 포트폴리오의 제목도 '반짝반짝 빛나는'이다. 포트폴리오에 부여된 의미는 드라마와는 상관이 없지만, 출판사에 다니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아마도 그 드라마가 심어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