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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Sep 16. 2022

<작가의 언어> 천 개의 목격자, 황민구 (상)

막막해 보이는 일에도 희망이라는 불씨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 ‘유퀴즈’ ‘라디오 스타’ 출연

국방부 조사본부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 황민구 작가의 언어를 만나 보자.




Q1. 황민구 작가님 안녕하세요. 첫 에세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법영상분석가의 작가 데뷔! 소감을 들어보고 싶어요.     

A1. 전문가, 박사, 소장, 교수 등 다양한 호칭에서 이제 작가라는 호칭이 하나 더 붙게 돼서 5관왕이 된 것 같습니다. 논문이나 감정서 같은 딱딱한 글만 쓰다 제 마음을 표출해야 하는 에세이를 쓰려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었던 말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책에 제 마음을 모두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 많은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Q2. 집필을 결심하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본업으로 항상 바쁘신 와중에도 책으로 꼭 담고 싶으셨던 게 있으셨나요?     


A2. 저를 찾아오시는 의뢰인들은 모두 일생일대의 사건에 직면하신 분들입니다. 누구는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고, 누구는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공통점은 특정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이와 같은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면 어떨까요? 이 질문에 독자들과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현장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Q3. 책에 담긴 원고의 분량이 상당합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 주셔서 놀라울 정도였는데, 원고를 쓰는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해요. 소재를 정하고 글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셨나요? 

    

A3. 책을 빨리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을 하다 지치고 짜증이 날 때면 다른 생각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피신처로 이 책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과거에 맡았던 사건 내용을 떠올릴 때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촉매제? 이번 원고는 저한테 촉매제였건 것 같습니다. 촉매제를 맞고 나니 글의 소재와 내용이 막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소주도 한 몫 제대로 했습니다.         


                          

Q4. 워낙 많은 경험을 해 오셨기 때문에 하시고 싶은 말씀도 많으셨을 거 같아요. 책에 넣고 싶으셨지만 싣지 못한 에피소드도 있으신가요?     

 

A4. 책에는 독자들이 읽어도 부담되지 않는 정도의 내용만 담았습니다. 살인 사건, 강간, 아동 학대 등의 내용은 될 수 있으면 피했습니다. 제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불쾌한 사건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으나, 이번에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19금으로 한편 더 써볼 생각이 있습니다. ‘비밀의 숲’이 아니라 ‘비밀의 늪’ 버전으로...          



Q5. 책에 쓰신 것 중에 작가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원고는 무엇인가요?


A5. 따로 아끼는 원고는 없습니다. 저한테는 모두 소중한 이야기들입니다.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하지 않은 일로 억울하게 유죄를 받아 힘들어하는 분들을 도와서 무죄를 받아냈던 사연들을 떠올리면, 막막해 보이는 일에도 희망이라는 불씨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터라 모두 소중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Q6. 지금까지 맡으셨던 사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고 어떤 이유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A6. 경비선에서 추락한 해경 승무원이 멀어져 가는 경비선을 바라보는 장면을 화질 개선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종되어 아직도 돌아오고 있지 않은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사건들은 영상분석을 통해 진실을 가려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영상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Q7. 의뢰인을 일로써만 대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장 곳곳에 특유의 농담도 곁들여 있어서 담고 있는 사건 자체는 무겁지만 읽는 재미가 뚜렷한 책이었어요. 작가님의 평소 성격은 어떠신가요?


A7.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 어차피 해결해야 하는 일.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 지금까지 많은 의뢰인을 만나면서 그분들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지혜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과는 달리 성격이 더 소탈해졌어요. 말도 어렵게 하지 않으려고 하고, 상대가 저를 편하게 느끼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 책에도 저의 성격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가 아프다고 해서 같이 아파한다고 치유가 되진 않습니다. 아픔을 달래는 것이 그들에게 주는 치유하고 생각하니 성격이 좀 털털해진 것 같습니다.




천 개의 목격자 - YES24



황민구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9월 19일 월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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