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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Sep 19. 2022

<작가의 언어> 천 개의 목격자, 황민구 (하)

사건 사고 없는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라며

"희미하게 기록된 그날의 장면.

의뢰인이 간절히 찾아 헤매는 진실은 전부 그 안에 있다.

나는 끝까지 찾아야만 한다."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끝까지 봐야만 하는 사람, 황민구의 두 번째 언어를 만나 보자.




Q1. 법영상분석으로 방송에 수차례 출연하셨을 만큼 이 분야에서 작가님은 독보적이십니다. 책을 읽어보면 법영상분석이 미개척 분야였을 때부터 큰 애착을 갖고 연구해오셨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일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1. 처음부터 이 일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님이 법영상 프로젝트를 저에게 맡기셨고, 수많은 시련과 노력으로 연구 성과를 내게 되니 대학원으로 저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사건에 연관된 일반인들이 대학원까지 찾아오는 것을 보고, 내 연구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가족이 있어서 이 일이 밥벌이가 될 수 있을지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건 해결에 푹 빠진 후부터는 그 어떤 것보다, 억울한 의뢰인들의 인생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명감이 들었어요.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 같습니다.   

        


Q2. 매일 사건 영상을 몇십 번이고 돌려 보는 일이란 정말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작가님께서 가장 힘드셨던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걸 극복하실 수 있게 한 원동력도요.


A2. 영상 속에서 아이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 누군가 차에 찔려 죽는 사건, 난간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 영상 속에서 그들의 숨이 멈출 때까지의 전 과정을 봐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힘든 일입니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라는 것을 인지해야만 하는 것도 힘듭니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해서 영상을 보다 보면 사건 영상이 단순히 일로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제게 사람다움이란 게 없어지는 것 같아 힘듭니다. 그럴 땐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리고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저세상에서 마주칠 수 있다. 그때 그분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힘든 일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Q3.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어떠신가요?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에서 작가님 영상의 댓글 반응이 특히 좋더라고요. 유퀴즈부터 라디오스타 촬영 후기도 간략하게 들려주세요.


A3. 방송에 출연해서 사건을 말하는데, 너무 덤덤하게 말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어떤 댓글에서는 ‘사람을 수만 명 만나보고 나오는 저 덤덤함.’이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너무 저를 정확하게 본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대본 없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면 저도 속이 시원합니다. 방송에서 보이는 제 모습은 평소 지인들과 있을 때의 제 모습과 똑같습니다. 술 먹으면 좀 더 오버해서 말하긴 합니다. 궁금하신 독자님 계시면 술자리 마련하겠습니다. 엔빵으로...   

촬영 후 기억나는 것들은, 유퀴즈 촬영 후 유재석 씨가 악수를 청하며 ‘참 재미있으신 분이시네요.’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라디오스타는 거의 무아지경이었습니다. 조명이 굉장히 강해서 눈이 부시고, 출연자분들 말씀들이 너무 많으셔서 머리가 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날 집에 가는 길에 지인과 술을 한잔하니 머리가 좀 맑아졌습니다.          



Q4. 여러 방송 출연, 본업, 그리고 원고 집필까지. 일을 정말 사랑하는 분 같으세요. 쉬는 날은 따로 정해져 있으신가요? 휴일은 보통 뭘 하며 보내시나요?


A4. 제가 연구소 대표라 제가 쉬고 싶을 때 쉽니다. 그런데 일은 제가 거의 다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직원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하다 지치면 직원에게 쉰다고 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편입니다. 휴일이면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긴 하지만 눈이 피로해서 눈을 감고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곤 합니다. 조용히 어두운 공간을 찾아 눈감고 뒹굴뒹굴하는 것이 저한테는 힐링이 됩니다. 가끔은 마사지 샵에 가서 풀코스 서비스를 받곤 합니다. 며칠 전에는 철사장을 배운 중국 분에게 몸을 맡겼다 목이 쓸려 피부가 까지고 멍이 들어 집에 온 적이 있습니다. 이를 본 와이프에게 2차로 등짝 스매싱을 맞아 부상을 입은 후로는 마사지도 조심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역시 침대 밖은 위험합니다.        

  


Q5. 소설을 쓰고 싶으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을 쓰시게 된다면 어떤 내용을 그려내고 싶으신가요?


A5. 정말 소설은 한 편 써 볼 생각입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입니다. 

법영상분석 전문가가 영상 속에서 특이 현상을 목격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영상처리를 하면 나타나는 희미한 사람의 현상. 이 현상은 과학으로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그는 이 현상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논문들과 학회에 보고된 내용을 살핍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날 한 의뢰인이 영상분석전문가를 찾아옵니다. 그 영상에는 의뢰인이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미스테리한 현상을 목격합니다. 그가 계속 궁금해했던 그 형상이 이 사건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지막하게 사건의 내용을 묻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저런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영상에 존재해요. 너무 억울합니다.’ 영상분석전문가는 한 번도 영상을 의심한 적 없습니다. 영상은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저 현상이 식별됐을 때 의뢰인들은 동일한 말을 했습니다. 저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이런 내용 어떤가요? 저작권이 있으니 이 글 보고 글 쓰지 마세요. 신고합니다.   

              


Q6.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출간 이후의 계획들도 궁금합니다.


A6. 현재 대학교에서 법사진학, 법영상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된 교재가 없습니다. 시간을 틈틈이 내어 최초의 법영상학개론 책을 편찬할까 합니다. 이 책이 후학 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침대가 더 좋아지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책으로 만나게 될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A7. 이 책이 독자분들께 어떻게 다가갈지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재미없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시면 출판사에 항의하시면 됩니다. 관계자분들을 만나 뵈니 모두들 친절하셔서 잘 응대해주실 겁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법영상분석전문가의 에세이는 이 책이 전 세계에서 최초일 것입니다. <천 개의 목격자>를 읽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다양한 에피소드, 그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담겨 있습니다.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이 사건 사고 없는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라며, 전 망해도 상관없으니 사건으로 저를 대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하겠습니다. 





끝까지 봐야만 하는 사람, 황민구가 감각한 사건과 인간의 깊은 내면에 관한 기록.

그가 강조하는 진실의 무게를 함께 체감하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천 개의 목격자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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