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디재이

의도가 담긴 디자인

재능 낭비 : 표지 디자인 안에 숨겨진 의도

by 부크럼

예전에 마케터 두 분이 도서 콘텐츠를 만들고서는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디자이너님, 이거 의도하신 건가요?”

“표지가 어장을 표현하신 거였어요?”


보여주신 콘텐츠 속의 물고기는 작은 문 너머로 탈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표지에 있던 물고기가 어장을 탈출하는 이야기의 이미지는 정말 신기했다. 왜냐면 정말로 내가 디자인을 하며 의도했던 것을 누군가가 알아채고 내게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말해준 순간이라서.


해당 사연의 도서는 강석빈 작가님의 <아픈 사랑의 이유를 너에게서 찾지 마라>.

연분홍색 배경과 푸른 금붕어의 표지가 잘 어울리는 도서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7875093



해당 도서도 여느 디자인이 모두 그렇듯 초기에는 여러 시안을 잡아두었더랬다. 대다수의 시안은 표지 컨펌 회의를 거쳐 탈락되었고, 최종적으로는 물고기 일러스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약간 어장 느낌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물고기가 병들어서 이곳저곳 반점이 있는 것도 같고.”


물고기 일러스트가 귀여운 탓에 선정된 점도 있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도 선정되었을 것이다. 나는 회의 중에 오가던 말이 꽂혔다. 어장... 그래, 그거다.


이후 표지 디자인을 디벨롭하면서 점차 어장과 물고기에 의미가 크게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나만의 의미 부여였지만 점점 그럴듯하게 스토리가 생겼기 때문에.


맨 처음 표지 시안에는 덩그러니 물고기만 놓여있었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어장을 탈출하려면 문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문을 달아주었다. 하지만 제목을 생각해보면, 아픈 사랑을 겪는 물고기가 탈출의 문을 쉽게 통과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최종 표지 속의 물고기는 몸집이 커졌고, 문은 작아졌다.



70-아픈 사랑의 이유를 너에게서 찾지 마라.jpg



이렇게 디자인에 담긴 작은 이야기, 디자이너가 의도했던 것을 알아채 주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북디자이너란 디자인을 만지고 있으면서도,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은 적을 수밖에 없다. 작가와 같이 독자와의 만남을 할 입장도 아니거니와 인터넷 서점 후기란에서 디자인이 예쁘다는 칭찬 정도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탄생한 디자인이 어쩌다 가끔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면 기분이 저조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끽해야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한 디자인이에요~' 자랑하고 칭찬을 받는 정도가 가장 가까운 피드백이었는데, 의도했던 바를 알아주는 피드백을 면전으로 받으니 너무 신기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 순간은 내게 짧지만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실 모든 디자인에 의도를 담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디자인을 하면서, 혹은 컨펌을 거치면서 이건 이렇게 작업하면 좋겠다 싶은 의도를 가지고 탄생하는 게 최종 작업물이다.


하다못해 사진 한 장을, 색 하나를 고른다고 쳐도 그 사진의 배치를 어떻게 해야 좀 더 전달이 잘 될지, 이 색이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지 고민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다음에는 어떤 사람이, 어떤 디자인 안에 담긴 의미를 알아채 줄까?

알아채 줄 사람이 없다면 이렇게 직접 알아달라고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러분도 표지에 담긴 스토리를 상상해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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