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디재이

퍼블리셔스테이블 2022 방문 후기

많은 것들을 경험했지만 내게 남을 기억은 다시, 책이다.

by 부크럼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홍대 무신사 테라스에서 진행된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2022>에 다녀왔다. 퍼블리셔스테이블은 독립 출판물을 모은 북페어로, 참여한 부스만 무려 220팀이었다고 한다. 부스 중에서는 종이 회사인 두성 인더페이퍼의 부스도 있어서 출판업 관련 관계자들이 꽤 모이는구나를 실감했다.


부크럼 직장 동료들과 행사장에 방문했을 때가 4~5시 경이었는데 마침 해가 지면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노을에 물든 책들이 참 예뻤다. 평일에, 그것도 근무 시간에 행사장을 둘러보니 사무실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것들이라 새삼스레 좋았다. 테라스에는 나가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시간 안에 행사장은 전부 둘러볼 수 있었다.


반갑게도 부스 중에서 부크럼 도서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의 바리수 작가님의 부스가 있었다. 라라 에디터님과 같이 가서 인사를 나눴다. 지난번 도서 출간 때는 내 연차와 작가님의 사무실 방문일이 겹쳐 공교롭게도 사인본 도서만 받고 작가님은 뵙지 못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직접 뵐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나올 때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나왔는데, 카페에서 쉬며 동행했던 다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마다 모두 다른 관심사 위주로 보았던 것 같아 신기했다. 내 눈에는 보이던 것들이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고, 내가 못 본 것을 구매해온 분도 있어서 재밌었다. 작은 규모를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볼거리에 놀라며 돌아왔다.


20221111_21302022.jpg 제일 좋았던 일러스트 굿즈, 현재 방에 장식 중이다. /tabacobooks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아무래도 디자인, 일러스트, 판형, 제본, 종이, 인쇄 방식을 위주로 살펴보게 되었다. 아코디언 형식으로 인쇄한 만화책부터 리소 기법을 쓴 엽서, 트래싱지(트레이싱지)를 표지에 사용한 도서, 카타조메(일본 염색) 방식을 사용한 캘린더 등 특이한 인쇄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도서들도 제본 방식을 실로 했거나… 각각의 포인트가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구독자들에게 메일로 보냈던 글들을 엮은 세로로 긴 판형의 위쪽이 제본된 메일 형태를 살린 도서도 있었고, 모두 수공예로 만들어진 색색의 콜라주 도서도 있었다.


독립 출판 도서들은 일반 상업 도서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책이 조금이라도 더 특별해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약간이라도 더 특이한 방식을 찾아내는 것 같다. 후가공을 아끼지 않는다든지, 상업 도서로는 해볼 수 없는 시도를 한다든지... 한껏 창의적이었고, 어딘지 어설픈 구석도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제약이 없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20221111_213020223.jpg 모두 수작업으로 만드셨다던 스크랩북들.


문득 대학생 시절에 만들었던 과제물들이 생각났다. 한껏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하게 만들어 보라고 대놓고 독립서점에 학부생들을 풀어놓던 편집 디자인 교수님도 계셨다. 이곳에 있던 책들은 정말 교수님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요즘엔 학생보다는 교수님의 시선에서 고민하게 된다. 물론 그들만큼 연륜이 있다거나 경력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동기들에게 너도 그렇냐 물어보면 그렇다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지금은 그들이 왜 그렇게들 말씀하셨던 건지 이해가 간다.


학생 시절의 작업물이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끔찍했다. 오죽하면 꼴도 보기 싫어서 데이터를 전부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만큼 열정이 가득했던 시기기도 했다. 마음껏 실패해보면서 한껏 꾸중을 듣고, 어떻게든 칭찬을 듣겠다며 오기에 불타 다시 작업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동아리로 미술부에 다니던 때, 미술 선생님이 한지와 실로 다 같이 책을 만들자고 했던 때에 만들었던 실 제본 메모장도. 대학 시절에 커터 칼로 직접 골판지를 절단하고 3M 접착 스프레이를 들고 붙여 만들었던 싸바리(두꺼운 골판지 속지를 고급종이, 천, 가죽 등 ‘싸개지’라고 하는 겉지로 싸서 바른다는 뜻) 양장 커버도.


웃기게도 손으로 만드는 것은 잘하지 못해서 결과물은 엉성했지만...

많은 것들을 경험했지만 내게 남은 기억은 다시, 책이다.





디자이너 한 줄 후기


가엾은 내 통장,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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