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1
어제도 실패했다.
'글쓰기는 기세다' 공동 매거진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고 노트북을 켰다.
이따 애들이 조용할 때 그 때 써야지 하고 결국 노트북은 다시 꺼졌다.
아이들은 시간을 주지 않았고, 아, 잠시 틈이 있었지만 글쓰기는 외면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누워 잠들었다.
하려던 것은 하나도 못 했고 일어나자마자 쌓인 빨래더미에서 남편의 양말들을 꺼내 접었다.
그렇다. 어제는 글쓰기만 실패한 게 아니라 남편 양말 개기도 실패했다.
글을 쓰려는 마음만 먹었다 하면 따라오는 게 있다. 바로 미루기다.
왜 미루게 되는 걸까. 마음과 생각을 글로 적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잘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글의 흐름은 일관되면서 담백하고 재치있게,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아마 그 '잘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미루는 것 같다.
잘 하려고 하면 시작도 어렵고, 잘 하려고 하면 시작한 글마저 망치기 일쑤다.
첫째 아이가 수영을 배우기 시작할 때 선생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지효가 발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다음 진도까지 느릴 수 있습니다."
내가 골프를 배울 때 많이 듣던 이야기와도 닮았다.
"손목에 힘 빼세요."
힘은 빼자.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기특하지만, 힘은 빼자.
매일 조금씩 힘을 빼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잘 쓰고 싶지만, 잘 못 써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 써보자.
쓰다 보니,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글쓰기에만 있는 게 아님을 알았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나 자신으로서도 늘 모자라다고 느끼는 건, 결국 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내가 모자라다고 느끼는 게, 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오늘 하루, 힘 빼고 조금 느슨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마음속으로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