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3.
곧 추석 연휴다. 몇 년 전부터 엄청날 것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그 추석 연휴를 곧 실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10월 3일 개천절이 금요일이라 10월 10일에 쉬게 되면 주말을 이어서 무려 10일을 쉴 수 있다.
'이건 여행 각이다!' 추석 연휴에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렇게 휴일이 길면 평소보다 더 먼 곳으로 놀러 갈 수 있겠지. 모두 같은 생각인지 비행기표를 비롯한 여행 상품들이 연초에 이미 동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의 연휴 계획은 예년과 같다. 추석 전날 시댁에 갔다가 추석날 친정에 간다. 연휴가 짧아서 친정에 못 갔던 몇몇 해를 제외하고는 같은 패턴이다. 요즘 우리 명절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설이나 추석 중 하나만 지내고 각자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설과 명절에 번갈아 가며 시댁과 친정 중 한 곳만 방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시댁 그리고 친정 순으로 양가를 가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어렸을 때 명절 연휴는 대부분 나른하고 지루했다. 길 위에 길게 늘어져 움직이지 않는 차들, 티브이에서 중개되던 규칙도 모른 채 봤던 씨름 경기, 명절 당일 오후에 가족들이 모두 낮잠을 자면 찾아오는 적막. 그 고요함 속에서 아이들은 답답함에 뛰쳐나갔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번 연휴에는 사촌 동생들과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곤 했다. 회사에 다닐 때 명절 연휴는 쉼이었다. 지친 일상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때였고, 소파에,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평온한 시간이었다. 어릴 때 느꼈던 지루함이 사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 후에 명절 연휴는 스트레스였다. 불편함과 긴장의 연속이었고 상대는 준 줄 모르는 상처에 마음이 쓰린 적이 많았다. 미묘하게 혹은 확실하게 남편에게 화낸 시간이기도 했다. 결혼 전 느꼈던 평온함에 왜 더 감사하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왠지 마음 편하게 책 읽을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연휴 자체도 길고, 여유 없는 명절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시간이 약인가 싶다. 그 말은 그저 지나온 세월이 길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내가 가진 시간이 많을 때도 쓸 수 있는 말이었다. 시간은 약이다. 오늘 내가 시간이 많으면 그건 내일을 위한 보약인 셈이다. 이번 연휴가 나에게 약이 되는 시간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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