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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선 Jan 12. 2024

창세기 28장, 야곱같이 서원하다

“말씀으로 주시는 변화”

어떤 선택도 못한 채 3개월 지났다. 불편한 마음조차 무뎌지기 시작하여 이렇게 흘러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을 무렵, 하나님은 결정타를 준비하고 계셨다. 여름이 되어 교회는 다양한 사역을 준비하는 바쁜 시기를 맞이했다. 나는 7일 정도 나가는 해외 단기 선교를 준비하면서 평일에 교회를 가는 날이 늘었다. 언젠가 1주일에 3번(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교회를 가게 된 주가 있었다. 3곳은 접점이 없는 각기 다른 예배였다. 수요일 저녁 예배 때 본문 말씀은 창세기 28장 11절~22절이었다. 이전부터 야곱 이야기를 좋아했고, ‘나는 야곱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수없이 묵상해 왔기에 그 설교를 집중해서 들었다. 3일 뒤 찾아간 토요일 예배에서 수요 예배와 똑같은 본문을 마주했다. 신기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주일 예배에서 3번째로 똑같은 본문 성경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연한 중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나님이 내게 무엇인가 강하게 말씀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는 주일 설교와 말씀을 더 주의 깊게 들었다.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_ 창세기 28장 11~15절


야곱이 장자권을 빼앗고, 형에게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집을 도망쳐 나온다. 길바닥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청해야 했던 가장 초라한 그때 하나님의 천사가 야곱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너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씀하는 하나님에게 야곱은 여전히 계산적인 답변을 한다. ‘나를 책임져 주시면 당신의 나의 하나님이 될 것입니다’라는 조건을 건 것이다. 하나님은 그런 야곱의 연약함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복 주시길 원했다.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 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_ 창세기 28장 20~21절


주일 예배를 끝내고 돌아온 저녁, 창세기 28장을 중점으로 야곱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묵상했다. 예전부터 나는 스스로 야곱 같은 사람이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러한 야곱의 이야기 속 반복되어 받은 말씀이니 감동의 크기가 달랐다. 특히 28장 15절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이 꼭 나에게 이렇게 들려왔다.


“나 하나님이 너와 함께할 거란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킬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렴. 그만 머뭇거리렴. 나를 믿고 시작해 보렴. 너를 약속한 땅으로 인도할 것이며,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다.”


그동안 귀를 닫으며 순종을 협상하고자 했던 마음이 부서졌다. 말씀에서 비롯된 감동이 내 마음을 점령했다. 이윽고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샘솟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완전하다는 믿음에 드디어 설득당한 순간이다. 두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얼마간 나는 눈물로 죄를 고백하는 회개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나니 마음에 단단한 반석 하나가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반석 위에 올라서서 야곱이 했던 기도를 따라 하는 서원을 드렸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믿음이 없는 연약한 저에게 찾아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여전히 두려움이 많은 연약한 사람입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결단이라고는 야곱처럼 조건을 걸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먹을 것과 입을 것, 모든 생활을 책임져 주시면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면 출판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결단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긴 씨름 끝에 움켜쥔 결단이 너무나 소중했다. 이 결단을 기점으로 더욱더 믿음이 장성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종이 되고 싶었다. 세상과 돈의 주인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 안에 평안을 누리길 원했다. 나 스스로 예배자이자, 사역자이자, 전도자의 삶을 살겠노라는 다짐이 일었다. 사명 중심으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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