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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선 Jan 26. 2024

불안함과 싸우는 광야의 만나 생활

1년간의 무수익

우여곡절 끝에 결단했다고 인생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출판사를 위한 넉넉한 자금이 생기거나, 출중한 능력이 갑자기 얻어지지 않았다. 나를 도와줄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도 오지 없었다. 결단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성실한 청지기로서 믿음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는 과제가 부여됐을 뿐이다. 


이직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나 홀로 출판 공부에 집중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으니,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했다. 필요한 강의를 찾아 듣고, 테스트 인쇄를 하면서 통장 잔고가 줄어갔다. 생활비라도 충당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12까지 파리바게뜨 알바를 구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간단하게 점심을 챙겨 먹고 동네 공공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밤이 늦도록 글을 쓰고 책을 봤다. 수익이 금세 생길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월급이라는 안정된 울타리 없이 버텨야 하던 시기에 걱정이 한숨처럼 들락날락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착각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또다시 고개를 내밀 때면 서원의 말씀을 붙잡고 이겨냈다.


출판사를 시작하고 약 1년 동안 사업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간 두 번의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에 실패했다. 오기로 인쇄해서 서점에 납품한 책도 판매되지 않았다. 내 딴에는 최선으로 노력했던 도전들이 처참한 성과로 마무리되자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물론 실패한 도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많았다. 몇백만 원을 내고 인생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어느덧 통장에는 3백만 원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한 차례 책을 제작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이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참고 참던 울분이 터져 하나님께 하소연했다.


“제 인생을 책임져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이제 모아둔 돈도 떨어져 갑니다. 이번 도전까지 실패한다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길이 맞다면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기게 해주세요.”


그 기도 이후 도전한 3번째로 펀딩이 성공했다. 그날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펀딩을 게시하고 ‘당연히 이번에도 반응 없겠지’라고 기대를 전혀 안 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대를 안 했든지 게시하고 하루 동안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하루가 지난 뒤 확인차 들어간 사이트에서 두 눈을 의심했다. 목표 금액 달성이 넘어 있었다. 100명 이상의 후원자 수에 어안이 벙벙했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늘어나는 후원자를 보면서 기쁨이 차올랐다. 


그 책이 출간되면서 지속해서 수익이 발생했다. 매월 편차는 있지만 돈을 아예 못 버는 달은 없었다. 하나님은 내가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힘과 위로를 주셨다. 어리고 연약한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살피시면서, 믿음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내를 훈련하셨다. 그 훈련을 통해 경험한 ‘하나님의 신뢰’가 쌓이고 쌓이면서 나의 시야는 넓혀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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