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by 양진건


추사 김정희가 차를 즐겨 마셨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그가 유배지 제주에서 남긴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차 화로의 연기가 전자같이 재미있게 솔솔 피어 오르네(消受茶罏伴篆煙)"

여기서 전연(篆煙)이란 차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한자 서체의 하나인 전자체(篆字體)와 같다는 말로 추사가 직접 차를 끓여 마셨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추사가 차를 즐긴 것은 건강관리와도 연관이 큰 듯합니다.


추사가 평생 흠모하던 소동파의 양생법을 보면 매우 흥미가 있습니다. 양생법이란 건강관리 비법을 말하는데 소동파는 “비장을 견고히 하기 위하여 물 마시는 것을 절제한다(固脾節飮水)”원칙을 철저히 지켰던 사람입니다.


소동파는 두 가지 이유로 물 섭취를 적하였습니다. 첫째, 비장은 습기를 싫어하는데 물을 많이 마시면 비장의 기가 약해져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둘째, 물을 많이 마시면 수독(水毒) 때문에 각종 이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물 중독증(water intoxication)이나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미국화학협회에 따르면 몸무게가 70㎏ 정도인 사람의 물 치사량은 6L이고 실제로 물 마시기 대회에서 우승하고 다음 날 사망한 사람도 있습니다. 체내 전해질이 묽어지면서 물 중독상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은 요즘에야 알려진 일이지만 이미 소동파는 그것을 깨달았던 모양입니다. 어떻든 확실한 것은 물 섭취를 적게 하는 양생법 덕분에 소동파가 그 험난한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장수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추사는 어떠했을 것 같습니까? 그가 유배생활하던 제주도 정도 “물이 좋지 않다”(泉果不佳)고 했던 것으로 보아 추사는 어쩔 수 없이 물 섭취를 최소화할 수 밖엔 없었고 대신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차로 수분 조절을 하며 소동파의 양생법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덕분인지 추사 역시 두 번의 유배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장수를 합니다.


우리는 수분함유량이 많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데다 거의 매 끼니마다 국이나 찌개를 먹고. 커피 등을 마시기 때문에 사실, 물을 많이 마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


요즈음 제주도 물이 좋다고 하여 여기저기서 생수 증산을 하는 모양입니다 . 회의에 삼다수 생수병이 놓여있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용암해수니, 탄산수니 하며 새로운 물을 찾느라 야단입니다.


소동파와 추사의 경우를 굳이 빌지않더라도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물을 덜 섭취하고, 덜 증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제주도 자연보호를 위한 길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위험천만한 생각이라고 여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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