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닮고 싶지만

by 양진건



당신은 누구와 자신을 동일시하십니까? 타인을 자기의 대신으로 보는 경우를 동일시라고 합니다.


저는 추사와 동일시를 자주 합니다.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를 왔던 나이에 저는 "추사유배길"을 만들며 추사와 동일시가 시작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추사의 제자는 스승이 제주도 정에서 유배생활하던 집을 와여(蝸廬 : 달팽이집)라고 했는데 이를 빌어 저도 어음에 있는 제 작업실을 "어음와여"라고 지었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이를 “어음와요”라고 장난하며 찾아 오기도 하지만 그 적막한 작업실에 홀로 차를 마시고 있으면 스스로 유배인임을 착각하게 되어 제가 마치 사나 되는양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제가 동일시 하는 추사는 자신을 소동파와 동일시했습니다.


원우년의 죄인으로 혜주밥을 먹던 그분 / 元祐罪人惠州飯

비바람에 삿갓 쓰고 나막신 신고 이 땅에 온 걸 잊었구나 / 笠屐風雨忘居夷


제주도에서 쓴 이 시에 나오는 원우죄인(元祐罪人)이란 바로 송나라 원우 연간에 혜주(惠州)에 유배를 갔던 소동파(蘇東坡)를 말합니다. 추사는 자신을 송나라 최고의 시인이었던 소동파와 동일시했던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이런 시구도 있습니다.


제주도 농촌 마을에서 떼로 몰려나온 개들이 / 任他笑吠黎家路

소동파가 삿갓 쓰고 돌아오는 걸 보고 짓는 것이 우습기만 하구나 / 坡老當年戴笠還


왜 추사는 이토록 소동파와 자신을 동일시했던 것일까요?


소동파가 최고의 시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그를 당대가 몰라주고 유배를 보냈던 것처럼 자신을 제주도로 유배를 보낸 세태를 탓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추사가 자신의 서재를 ‘소동파를 귀하게 여기는 집’이라는 뜻의 보소재(寶蘇齋)라고 한 것만 보아도 얼마나 소동파와 동일시 하고자 했었는지 짐작될 것입니다.


이런 스승을 보면서 추사의 제자, 소치는 혜주 유배시절에 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은 소동파의 모습을 그린 「동파입극도」의 얼굴을 스승으로 바꿔 그려봅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완당선생해천일립상(阮堂先生海天一笠像)」입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스승이 소동파와 닮아보였던 것일까요? 무엇보다 스승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누구와 닮아가고 있는지요? 좋아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러나 저는 사람보다는 꿈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추사를 동일시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추사의 꿈을 동일시 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사람을 닮아가야 꿈도 닮을지 모르겠지만 이럴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꿈을 꾸었을까 홀로 궁금해 하다보면 어느덧 추사를 닮아가고 소동파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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