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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리스본 Apr 03. 2016

드로잉북 리스본

"서점 이름은?" "그래요, 리스본이 좋겠어요."

사실 시작은 서점이 아니었어요. 

작업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였지요. 

마침 그림 그리는 친구가 있어 둘이 같이 작업실을 마련하고

월세를 나눠내면 어떻겠는가 궁리를 하였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집 앞에 작은 공간이 비어 있었습니다.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는 영화를 보러 갔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좋은 영화를 보면서도 새로 만들 작업실로 가득했지요.

어쨌거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때문에 생각이 났습니다. 

바닷가의 도시. 리스본.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비롯된 이름이었습니다. 


+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한 남자의 인생이 책 한 권으로 달라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안정되었으나 열정은 사라진 자리.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살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빨간 코트의 여인이 남긴 책 한 권 때문이었지요. 

작은 문고본 안에는 혁명기를 살아간 한 젊은이의 격정적인 삶이 담겨 있었습니다. 

읽어내려가는 동안 그레고리우스는 가슴 안에 꿈틀 대는 것을 느꼈고 

그 울림을 따라 베른에서 리스본까지 달려갑니다. 야간열차를 타고서. 

리스본에서의 날들은 그의 안에 있었으나 잊고 있던 뜨거운 것을 일깨워주었고 

거기서 사랑도 만나게 되지요. 새 안경을 맞추면서. 

그의 눈에 맞는 안경을 맞춰준 여인은 떠나려는 그레고리우스에게 말했습니다. “

여기서 사는 건 어때요?” 

그 말에 그레고리우스는 한 발 앞으로 나섭니다. 여인 쪽을 향해서.

우리의 공간에 어떤 이름을 붙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떠올렸습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여행의 시간과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만나고, 만들어가는 책들이 잊고 있던 좋은 것을 일깨우고 

우리를 사랑에 다가서게 하기를 비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공간에 좋아하는 곳의 이름을 붙이면 “오늘 어디 가?”라고 친구가 물었을 때 

“리스본에 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책을 마음에 담고 만드는 공간이니 본을 本이라 적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그것이 혼, 책을 의미하지요. 

그림을 그리고 책이 있는 공간이니 리스본 앞에 Drawing+Book을 붙였습니다. 


드로잉북 리스본에는 책을 품은 여행이 담깁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초대할게요.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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