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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리스본 Apr 03. 2016

책보다 편지


시작이 서점이 아니었듯

시작이 책은 아니었습니다.


또다른 궁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파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본래 우리가 하는 일을 해보자.

'그리고, 써보자'는 것이었죠. 


리스본은 신기한 곳입니다. 

영화로 친다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어울리는 곳이에요.


혼자만의 궁리였습니다. 

재미난 프로젝트가 뭐 없을까.


라디오를 사랑하지만 라디오에서 저는 좀 뒤에 있는 사람입니다.

저의 색깔을 낸다기보다 디제이의 매력을 더 빛나게 해주는 사람, 작가이죠.


온전히 나의 기획으로, 내 뜻으로 나의 색을 내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책이란 어렵고, 복잡하고, 무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책을 사랑하지만 더 가볍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저에겐 필요했습니다. 


궁리만 할 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못한 단계였는데

때마침 <그래도, 사랑><다시, 사랑><거기, 우리가 있었다>를 함께 했던 

유능한 편집자 변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 그녀가 아니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닌 상태로 3권의 책을 해냈습니다.)

육아로 일을 쉬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당장 다음 책이 문제였지만 오히려 쾌재를 불렀습니다. 


속에만 담고 있던 프로젝트를 이야기했어요.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같이 드로잉북 리스본을 열었던 그림 그리는 친구는

갑작스런 임신으로 작업실을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흔 둘이 되도록 아이가 안 생겨서 고민이 많았는데

'같이 작업실을 내자' 모의를 할 무렵 놀랍게도 아기가 찾아온 거예요. 


새로운 드로잉씨가 필요하겠네, 했는데

인생이란 재미나기도 하지요.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평소 그림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권혜민양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육아에 전념하며 그림책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글을 올렸더군요. 

다른 날도 아닌, 바로 그 날. 

(나중에 이어진 고난을 생각할 때 그녀로서는 <하필 그날>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연락을 했죠. "새로운 드로잉씨가 되어주지 않겠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요"라는 답이 날아왔습니다. 


프로젝트 1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 달 반의 궁리 끝에 드디어.



우리가 어쩌다가 이토록 아름다운 계획을 세웠던 것일까요.


아날로그가 사라지고, 체온이 주는 평화를 잃은 모두를 위하여 기획을 했습니다.

매달, 한 장의 편지가 우체통으로 배달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을 하니 모든 것이 기적처럼 이루어졌습니다. 

같이 해줄 사람들이 생겼고,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도 생겼지요. 


봉투는 파란 색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고지서만 가득한 우체통 안에서 반갑게 반짝일 수 있도록. 

그림을 매달 벽에 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니 크게 그리자 하였지요.


뒤에 실릴 내용은 편지글로 되어 있다면 좋겠다 했습니다. 


그리하여 1호가 탄생했습니다.


드로잉북 리스본이 자리하고 있고

드로잉북 리스본의 주인이 살고 있으며

드로잉북 리스본 주인의 동네 친구가 태어나 자란 곳,

연남동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요즘 연남동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시지만

실제로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속속들이 모르는 분도 많으실 거예요.

와보니 별 것 없더라, 하는 분도 계시지만 연남동은 천천히 걷기 좋은 동네입니다. 

골목을 돌아서면 거기 예쁘고 작은 가게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는 곳.

여기 한 번 들러보시면 어떨까요? 작은 제안처럼 건넵니다. 


그 앞에서 발걸음이 잠시 느려지셔도 좋고

문을 열고 들어가 쉬다 가셔도 좋을 겁니다. 

각 가게에 대한 설명 아래는, 가게의 느낌을 설명할 수 있는 음악을 담았습니다.

가게와 꼭 닮은 음악들이 가보지 않아도 그 곳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겁니다. 


저자는 음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인규 ( instagram @inkyust)

그림을 그린 사람은 권혜민 (instagram @bonaflos)

편집은 변혜진 (instagram @mansea03)

기획은 정현주(instagram @morningrain121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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