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0일
제가 본 나비도 흰색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다시 만난 적은 없어요. 들쑥날쑥한 날씨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의 편지를 받고는 나비가 구를 만나러 갔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주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어제 인사동 ‘부쿠 서점’에서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장해주) 책을 만났어요. 서점 3월 베스트셀러 10 안에서요. ‘엄마를 찾아서(서점 리스본& 구 : 5월의 프로젝트)’ 첫 번째 책이라 참 반가웠어요. 다 읽은 책을 들어 서점에서 포스트잇에 써놓은 글을 읽다가 어떤 분들이 읽을까 궁금했어요. 엄마에게 선물하는 책인지, 딸(아들)이 읽는 건지, 엄마가 읽는 건지. 그러다 엄마랑 딸이 같이 읽으면, 읽고 나서 카페나 공원에서 책에 기대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내려놓으면서 누가 읽든 엄마가 엄마를 사랑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네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엄마를 사랑하기 바라는 딸은 자기를 사랑할까 싶었어요. 딸의 바람이 자기를 사랑하는 일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엄마가 딸에게 거리 두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해서요. 궁금증은 늘어가는데 하나는 명확했어요. 엄마와 딸 사이에 사랑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요. 서점을 나와 한산한 인사동 거리를 걷다가 5월 4일 밤에 펼쳐질 책과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엿듣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은 4월 마지막 날인데, 뉴스레터 프로젝트는 끝났나요. 친구들과 왜 글을 쓰는지 계속 이야기하면서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이 힘들다는 글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제 글쓰기 이야기도 들려드려요. 리스본 글쓰기 클럽에서 글쓰기 시작했을 때는 오로지 글 쓸 생각만 제 안에 가득했어요. 뭘 쓸까, 왜 쓸까를 오락가락하면서요. 다음 고민은 댓글이었어요. 상대방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쓰는 댓글은 살필 것이 많잖아요.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지요. 글자 수에 상관없이 저는 한동안 댓글 쓰기가 어려웠답니다. 댓글 쓰기가 조금 편안해지자 교환편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오롯이, 둘이 하는, 프로젝트! 산 넘어 산이란 말은, 갈수록 태산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했지요. 첫 편지는 구가 쓴다는 서점님 말씀에 속으로 웃었는데, 첫 편지에 정신이 빠짝 들었다는 것도 고백해요. 아, 내가 이인삼각에 참가한 거였구나, 이제 물릴 수도 없는 거네 했거든요. 저는, 여럿이 하는 일이 혼자 하는 일보다 훨씬 정말이지 몇 배나 힘들어요. 어쩌면 그래서 두 번째 편지도 불쑥 보냈는지 몰라요.
혼자가 편하면서도, 용기 내어 글쓰기 클럽을 계속하고 편지 프로젝트까지 하는 것은 여럿이 함께하는 일의 재미와 의미를 알았기 때문일 거예요. 함께 하는 일에는 구가 선배일 테니 많이 가르쳐주세요.
‘우주로’ 노래 여러 번 들었어요. 저는 ‘살기 좋은 별을 찾으면 연락할게요’ 부분이 좋았어요. 애써서 찾은 별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다니요. 그리고 ‘안녕’ 노래도 좋아요. 우쿨렐레 연주만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보내주신 공원 사진까지, 선물을 듬뿍 받았습니다. 감사드려요. 편지가 길어져서 제 그림 이야기는 5월로 미뤄야겠어요. 저는 매월 말일 즈음에는 ‘리스본 비밀책’을 기다려요. 오늘은, 어쩌면 비밀책으로 올지 몰라 하고 사지 않았던 책이 왔는데,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없거든’이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편지교환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지런히 편지 쓰는 것을 보면 제 마음은 벌써 편지 받고 쓰는 일을 좋아하나 봐요. 비밀책을 곁에 두었더니 서점님이 보내온 이스트렐라 정원 향기가 그윽해요. 구에게도 보내고 싶은 향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