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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리스본 May 10. 2021

구의 세번째 편지

- 언제나 광재님의 글은 사과 향이 납니다.


안녕하세요, 구 입니다. 

흰색이었다니! 나비 이야기에 흥분상태로 편지를 허겁지겁 읽어버렸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답장이 많이 늦어진 것 같아 머쓱한 마음이에요.   

이번 주는 지옥이었습니다. 너무 바쁜 시간을 보냈고, 아프기도 했어요. 

뉴스레터는 매월 9일 발송 되는 것이라 오늘. 끝이 났습니다. 다음 달에 또 발송이니 끝이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하하, 노래를 들으셨다니 쑥스럽네요. 언제나 미숙한 것이 컨셉 이라면 컨셉 입니다.  

엄마를 찾아서 모임은 즐거웠습니다.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엄마와 딸들의 세계의 연속이었습니다. 

엄마를 모시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는 것, 이번 어버이 날에는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지 고민 하는 것. 

사실 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직은 엄마가 저를 데리고 다닌다는 표현이 더 익숙한 사람 이거든요. 

제가 과연 누군가를 ‘모시고’ 좋은 식당을 예약하는 날이 올까요. 막상 그려보려니 스케치부터 쉽지 않은 그림입니다.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없거든’ 이라는 문장은. 

뭐랄까.. 제 스타일 이네요. 하하. 무언가를 시작 할 때 깊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가? 마음이 시키는 일인가?’ 

언뜻 굉장히 뜨거운 열정의 고민같아 보이지만,  사실 반대로 냉정히 효율을 따지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체력과 자본. 그 속에서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해. 정말로 좋아하는 1순위를 골라냅니다. 

골라내는 과정은 꽤나 처절하고 서럽습니다. 언젠가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요즘은 제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원했던 것들이 타인의 시선에 좌지우지 되는 것을 보고 비틀대다가 ‘참 줏대도 없지.’  자기 비하만 늘어갑니다.  

위에서 아팠다고 말씀 드렸는데, 저는 거의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큰 몸살을 앓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모임의 시작에 긴장한 몸이 풀어지면서 아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숨 구멍 하나 막혔다고 이리 고통스러울 일인가. 제대로 숨쉬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숨 쉬고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것들을 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몸살을 겪어낼 때마다 참 서럽게 계절들을 보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꾸준히 한다고 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글과 책이 그렇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먹고 써야 하는 것. 침대에 누워 뒹굴면서 읽을 수는 없는 것. 

마당에 누워 시원한 포도주스와 책 한잔은 그림의 떡입니다. 

책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불편한 자세를 고쳐 눕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딱딱한 나무 책상을 찾겠지요.   

글 이라는 게, 숨이라는 게 무엇 일까요. 

한참을 고민 하다 생각노트 어딘가에 있던 문장을 함께 보냅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제대로 숨 쉬기 위한 과정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요. 

2021년 5월 9일 . 광재님께 구 드림.  


“  [읽는다는 것]은 겉으로 단단해보이는 문장 속에 얼마나 불안정한 단어들이 스쳐갔을지. 

예상하고 개탄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온점과 띄어쓰기가 만들어내는 호흡들이 그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호흡을 조절하는 일이며, 어떻게 숨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그러니 [책을 본다는 것]은, 저마다 다르게 짜인 숨결들을 마주하는 것이다.  ”    

ps. 다 쓰고 읽어보니 글이 참 중구난방입니다. 

오늘은 너무 완벽 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수정 없이 보내봅니다. 

부디 정신 없는 글들을 잘 맞이해주시길. 또 편지 하겠습니다. 

리스본 퍼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언제나 광재님의 글은 사과 향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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