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wants to age like milk?
흰머리가 예고도 없이 세력을 확장해 가는 요즘.
거울 앞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늙었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뭔가 '늙는다'는 표현은 어감 자체도 참 싫다. '늙다'와 '낡다'. 뭔가 형제자매 같지 않나. 모음 하나 차이로 끈끈한 유대관계 뽐내고 계시는 것 같다.
늙고 싶지 않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고,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다.
불가항력적으로 노화의 길로 들어섰을 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동행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만나면 신나게 근황 토크를 하다가도, 상의할 것이 있어서 한참 심각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도, 어김없이 우리의 대화는 '안티에이징, 저속 노화, 꼰대, 노후자금 준비' 이런 쪽으로 향하고 만다.
이제 사십 대 중반이니 아직 노화의 출발선을 막 지난 것 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예전엔 '왜 그럴까?' 했던 엄마와 아빠의 행동들이 하나 둘씩 이해 갈 때가 생기고, 몸에 신경 쓸 부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면서, 내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이 확실히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요즘 새삼 눈길이 가는 장면들이 있다.
손 꼭 잡고 산책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너무 보기 좋고, 혼자 카페에 앉아서 차 한 잔 하는 할머니가 멋있어 보이고,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수다 떠는 엄마 나이 대의 아주머니들이 귀엽다.
"봐봐. 저기 저 할머니 너무 분위기 있다. 우리도 저렇게 나이 들어야 할 텐데.."
"그러게. 늙더라도 우리 추하게는 늙지 말자."
"야, 누가 추하게 늙고 싶겠냐?"
"뭐야~~늙는 것도 서러운데, 추하다라는 말까지 붙이지는 말아 줘!"
정말이지 맞다.
생각해 보면 늙는 것도 서러운데 추하게 늙는 건 또 뭐람. 추하게 늙는 것에 대한 염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것인지 영어에도 '추하게 늙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느낌이 아주 강하다.
"Age like Milk"
옷이나 나무 책상에 우유를 쏟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느낌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유를 쏟았는데 속히 제대로 닦아내지 못하면 구린내가 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거의 반강제로 우유 급식을 신청해야 했던 학창 시절. 250ml 우유가 우유 급식상자 안에서 터져 있기도 했고, 장난치면서 우유를 쏟기도 했고, 며칠 째 먹지 않은 우유가 사물함에 남아 있기도 했던 그 시절엔 우유 썩은 꼬리한 냄새를 자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윽. 시큼 꼬리한 그 냄새.
영어에서는 추하게 늙는 것을 이런 꼬리한 우유 냄새에 비유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좀 너무한 거 아님?"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추하게 늙은 모습이 싫다 라는 거겠지. 누군가는 하루하루 성장을 하고, 누군가는 하루하루 노화를 마주한다. 하지만, 성장의 막다른 길엔 노화라는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노화로 이어지는 그 길에서, 어떤 모습으로 걸어갈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외적인 가꿈 못지않게 내적인 미모도 챙겨가면서 우리 추하게 늙지 말고 멋지게 나이 들어보자.
[한 모금 더]
age
'나이'라는 명사의 뜻으로 익숙하지만 '나이 들다, 늙다'라는 동사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티에이징'이 anti-aging 이다. 즉, 여기 aging은 동사 age에 -ing를 붙인 형태이다. age가 동사로 사용되는 몇 가지 문장을 보자.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나빠졌어. -> As I aged, my memory got worse.
난 추하게 늙고 싶지 않아. -> I don't want to age like milk.
그녀는 멋지게 나이 들었어.-> She has aged like fine wine.
[체크 체크]
Who wants to ~?: 누가 ~하고 싶겠어?, ~하고 싶은 사람?
* 상황에 따라, 다른 뉘앙스로 쓰일 수 있으니 주의한다. 위 대표 문장(Who wants to age like milk?)처럼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하고 싶니? ~하길 원하는 사람 있어?'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 의문사 who가 주어의 역할을 하는 경우는 3인칭 단수 취급을 한다. 시제를 현재로 사용하는 경우는 동사 원형에 -s / -es를 붙이는 것이 포인트!
[이렇게 활용]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Who wants to work overtime?
누가 야근을 하고 싶겠어?
Who wants to be stuck in traffic?
누가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고 싶겠어?
Who wants to ask her out?
누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겠어? /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 할 사람?
We only have one slice left. Who wants to have the last bite?
우리 (피자 or 케이크 등) 딱 한 조각 남았어. 마지막 한 입 먹을 사람?
Who wants to go first?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사람? (보통, 발표나 게임 등에서 자주 사용한다.)
Who wants to join me for camping this weekend?
이번 주말에 나랑 같이 캠핑 갈 사람?
오래된 우유는 상해서 시큼꼬리한 냄새를 풍기고 인상을 찌푸리게 하지만, 오래된 와인은 깊은 향과 맛을 내며 숙성도를 자랑하죠. 늙어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으니, 이왕이면 숙성된 와인처럼 멋지게 늙어봐야겠어요!
Getting older is inevitable, but I'll age like fine w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