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eave me on read.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불쾌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사람마다 불쾌함을 느끼는 상황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장담하건대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경험은 누구나 불쾌하게 느낄 것이다. 그건 바로 '읽.씹.'
앗! 발음도 썩 유쾌하진 않지만, 문자로 표현하니 뭔가 더 불쾌한 느낌이 든다.
쌍자음이 가져다주는 된소리 효과가 시각적으로 표현되면 더 강렬해지는 것인가? 뭐랄까.. 아무튼 '읽씹'은 경험으로도 소리로도 문자로도 싫구먼.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또는 답장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받고 나서는 깜빡해서, 메시지 확인하고 이따 답장해야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버려서..등등 이유를 대자면 수백 가지도 넘게 댈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읽씹을 당하는 입장이 되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
내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상대방은 답이 없다. 처음부터 답장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가볍게 메시지를 보냈을 뿐인데,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답을 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아니..메세지를 확인했는데 왜 답을 하지 않는 것인가?'하고 혼자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그 시간이 싫다.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면 뭐..그래..'답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라고 상대방이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지, 그래도 예의라는 것이 있지 않나. 예의상 답신은 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아무튼 답이 없는 것은 어떻게 포장해 보려 해도 쓸쓸하다.
게다가 청유문이나 의문문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는 것이라면 단순한 쓸쓸의 감정이 아니다.
무시, 차단, 거부, 불쾌 등의 단어들이 어울리겠지. 길고 다정한 답신은 아니더라도, 받은 메시지가 있다면 단답형의 답신이라도 해주고 삽시다. 메시지를 읽었다면 그 즉시, 바로, 칼답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뒤늦은 답신이라도 해주고 살자구요.
사실 얼마 전 나도 읽.씹을 당한 적이 있다.
나보다 거의 열살 넘게 어린 동료.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 커피 한 잔이라도 하며 굿바이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일이 많고 정신이 없어서 잠깐의 커피 타임도 갖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이 쓰였던 터라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름 다정다감한 바이바이의 인사와 함께, '사는 동네가 가까우니 곧 얼굴을 보자'라고 했건만 그녀는 시원하게 읽씹해주셨다.
음....회사를 그만두는 마당에 대화도 잘 안 통하는 늙다리에게까지 답하기는 귀찮았던 것인가?
아니면, 다시 얼굴 보기는 싫으니 "좋아요."라는 맘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1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며 뭐라고 답을 할 지 고민 중인 것인가? 이유야 끝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불쾌한 경험을 당하고 나서는 그동안 나에게 웃으면서 (소위 말하는 '웃상'으로 유명했는데..) 친근하게 대했던 것까지 불쾌한 연기로 느껴졌다.
뭐 이런 경험을 말하자면 우리 모두 책 한 권씩은 쓸 수 있을 것이다.
제발 누군가를 일부러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읽씹하진 맙시다.
[한 모금 더]
leave
'떠나다','남기다, 남겨두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 두 가지 의미는 하나라고 생각해도 된다. 무언가를 떠나는 것이니, 그것과 분리되어 그것을 남겨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나를 떠났다고 해보자.
He left me. 그는 나를 떠났다. -> 그러니, 그는 나를 남겼다. 어떤 상태로? -> alone 혼자인 상태로.
이걸 하나로 합쳐 생각하면,
=> He left me alone. 그는 나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어.
이렇게 leave는 뒤에 목적어(사람 or 사물)를 두고, 그 뒤에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나 형용사구를 목적 보어로 사용해서 다양한 표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동사이다. 이런 경우 '---를 ~한 상태로 놔두다'라고 자연스럽게 해석한다. 몇 가지 문장을 만들어 보자.
나는 실수로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놔뒀다. -> I left the door unlocked by mistake.
그는 보고서를 끝내지 않은 채로 (남겨) 두었다. -> He left the report unfinished.
그녀는 전화가 계속 울리도록 놔뒀다. -> She left the phone ringing.
[이렇게 활용]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He left me on read last night.
그는 어젯밤 내 문자를 읽씹했어.
(*1. me라고 표현해도 my message의 의미로 읽히기 때문에 굳이 my message로 꼭 써야 하는 건 아니다.)
(*2. 이때, read는 동사 원형이 아닌, 과거분사로, 형용사와 같다.)
I was left on read.
나 읽씹 당했어.
I don't want to be left on read.
나 읽씹 당하고 싶진 않아.
Why do you keep leaving me on read?
너 왜 자꾸 내 문자 읽씹하는 거야?
I can't believe you left me on read!
네가 내 문자를 읽씹했다니 믿기지가 않아!
우리 모두 웬만하면 읽씹하진 맙시다! 읽씹당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구요.
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