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아.

I'm not that picky.


"내가 뭘 해도 너는 나한테 칭찬 한 번 해 준 적이 없어."

이 한 마디로 나는 예민하고 까다로워서 남친에게 잘했다는 소리 한 번 해 주지 않는 까칠하고 인정 없는 성격 별로인 여친으로 묘사된 적이 있다.

'뭐지? 나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았는데?'


만나면서 '너'에게 칭찬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정말 한 번도 칭찬을 안 했던가 하는 의심이 들지만 이제 와서 기억의 타래를 풀어보는 게 귀찮다.) 그동안 나름 참아왔다는 듯이 '너'의 단점을 하나하나 읊어내던 상대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실 난 누가 봐도 둥글둥글하고 넉살 좋아 보이는 편은 아니다. 그걸 아는 정도의 객관화는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기본 예의는 차리는 편이기에, 상대의 실수나 잘못된 선택 (예를 들어, 너무 춥고 힘든 날인데- 높은 구두 신고 있는데- 많이 걷게 하거나, 내 생일인데 본인 친구 데리고 나오거나 등)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거나 일종의 삐짐은 보여주지 않았다. 최대한 냉정하게 셀프 평가를 해보아도, 난 그리 모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상대의 주관적인 평가와 가시 돋친 뭇매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HSP(Highly Sensitive Person)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 본 적이 있다. 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매우 민감한 성격'이라고 해서, 꼭 '까다롭게 구는 성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초민감자-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쉽게 지치는 것이지, 남에게 꼭 그 성향을 발현시켜서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감한 것과 까다로운 것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잘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을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짤막한 대화가 오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혹시 가리는 음식 있으세요?"

"아뇨, 다 잘 먹는 편이에요. 오이만 안 들어가면 돼요. 들어가 있으면 빼면 되구요."

"아...오이를 못 드시는구나..."

"네, 냄새가 강해서요."

"그럼 알러지가 있으신 거예요?"

"아뇨, 알러지까지는 아닌데 냄새를 맡으면 속이 좋지 않더라구요. 알러지가 있는 것은 키위뿐이에요."

"아...그럼 음식 가리시는 거네요."

아니, 이런 식으로 또 재단당한다.


단지 오이 냄새가 역하게 느껴져서 못 먹는 거고, 키위는 목이 따가워 죽을 만큼 괴로운 알러지 증상이 있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음식 꽤나 가리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거 정말 유쾌하지 않다. 오이를 못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진짜 음식 까다로운 사람을 설명해 보자. 건강에 좋은 조리법을 선호하니까 기름에 튀기지 않은 음식을 먹겠다고 하거나, 오늘은 배가 더부룩하니까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양념이 약한 메뉴를 골라야겠다고 하거나, 탕수육이 나오면 '부먹파'인지 '찍먹파'인지 물어보면서 나는 절대 바삭한 탕수육 위에 소스를 뿌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계란후라이는 'sunny side up'으로 해달라거나 또는 노른자 터트리면 안 먹겠다고 하는 정도가 '까다롭다' 카테고리에 들어갈 만하지 않나.


아-잠깐 그러고 보니, 난 위에 나열한 소위 '까다롭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진짜 까다롭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니다. 존중한다. 그들은 단지 '그냥 그러고 싶고, 그걸 원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까다로우면 뭐 어떤가. 그만큼 자기 선택을 소중히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 평화롭다.


아무튼 결론은 난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다. 둥글지 않더라도 많이 뾰족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미스터 X님, 혹시 이의 있으신가요?


"I'm not that picky."






[한 모금 더]

picky

'까다로운, 별나게 구는'을 뜻하는 단어이다. 동사 pick을 떠올려 보자. '고르다, 선택하다, 뽑다'의 의미를 가지는 이 동사는, 두 손가락으로 뭔가 선택한 것을 집어 올리는 동작과 어울린다. picky는 이러한 pick의 형용사형으로, 덥석 무언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약간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선택하고, 고르는 상황, 그러한 형태를 묘사할 수 있다. picky 대신 choosy를 쓰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같이 기억해 두자.



[체크 체크]

- be picky: 예민하다, 까다롭다, 예민하게 굴다

- be picky about: ~에 까다롭다, 에 까다롭게 굴다

- picky + 명사: 까다로운(예민한)



[이렇게 활용]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I'm not that picky.

나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아.


She's not picky about food.

그녀는 뭐든 잘 먹어. (그녀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Do you think I'm picky about small things?

넌 내가 사소한 거에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거야?


We don't have much time, so don't be picky.

우리 시간 별로 없어, 쉽게 가자구.(까다롭게 굴지 말라구.)


No one is perfect. Don't be picky about small details.

완벽한 사람은 없어. 사소한 것들에까지 민감하게 굴지 마.


He's a picky person. That's why he's single.

그는 눈이 높아. 그래서 솔로인 거야.


She was a picky eater.

그녀는 식성이 까다로웠어.






까다로운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 사람의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자구요.

어쨌든 저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It's okay to be picky. Just let people be themselves. Anyway, I'm not that p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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