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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믈리에 Jul 07. 2024

대낮의 지하철, 그들도 백수일까?

백수일기를 시작하며

     평일 낮에는(오후 12시~오후 6시) 한 창 업무 중인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전 8~9시에 일과를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자신만의 업무 공간으로 출근한다. 프리랜서도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대부분의 이들은 24시간 중 일정 시간은 '업무'라는 노동 행위를 한다. 그들이 이런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정해진 업무량과 회사나 어떤 대상과의 계약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겠으니 24시간 중 일정 시간을 할당해 달라는 일종계약때문인 셈이다.


    하지만 일명 '백수'에게는 그런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계약을 맺은 이들도 없고 나에게 일을 강요하는 사람도 없다. '할 일'이 없는 신분인 것이다. 2024년 3월부터 '무기한' 백수가 되었다. 정확한 의미로는 백수가 아닐지 모르지만 심리적으로는 무기한 백수가 맞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백수란 꽤나 단조로운 삶을 산다. 아침에 일어나 어슬렁 거리다 이것저것 끄적이고 집안일도 하고 지내다 보면 금방 해가 저문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된다. 그러다 보니 벌써 백수가 된 지도 100일이 넘었다. 100일간 난 무얼 했을까?


    백수에게 기록은 더욱더 중요하다. 백수에게는 강제적으로 남겨져있는 지표 같은 것도 없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기록을 보면 그들이 무얼 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프리랜서는 어떤 업체와 어떤 계약을 했는지 살피면 그들의 과거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백수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들의 개인적인 기록이야말로 그들이 과거에 '살았다'라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구직 단념 인구가 무려 청년의 100명 중 5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주변엔 백수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평일 낮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행선지로 향하는 데 유독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백수일까? 아니면 외근을 나온 직장인일까? 이 중에서 1-2명쯤은 나와 같은 신분이 있지 않을까? 할 일이 정해지지 않은 백수들 말이다. 그래서 그런 백수들을 위해, 나를 위해, <백수의 시간은 흐른다 - 백수일기>를 써보고 싶었다.


    전국의 백수들은 무얼 하면 지낼까? 그에 대한 답을 내가 먼저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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