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려는 사람이 통제당한다. 길들이려는 사람이 길들여진다. 이 역전된 관계의 피해자는 누구며, 가해자는 누구일까. 서로를 길들인 두 사람이 만족한다면 그 뒤틀린 관계에 문제는 없는 걸까?
20대 후반의 남성이 15세 소녀 나오미를 데려다 자신의 이상에 맞는 아내로 키운다. 조지는 나오미의 이름이 이국적이라는 이유로, 외모가 서양인스럽다는 이유로 그녀를 선택한다. 자신이 상상하는 이상향에 맞는 재료를 고른 것이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서양인처럼 보이려는 집착이 나온다. 읽다 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실은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지는 하이칼라, 그러니까 서구적인 것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는다. 나오미도 하이칼라 여성이 되고자 한다. 얼핏 보면 조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오미는 자유롭고 방탕한 사생활을 즐긴다. 조지는 그것을 알면서도 통제하지 못한다. 사치를 허용하고, 방종을 묵인하고, 배신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서로를 이용한 결과는 질척거리고 지독하게 엮여버린, 그러나 끊을 수 없는 관계였다.
조지를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위해 어린 소녀를 가스라이팅한 그루밍 범죄자로도 볼 수 있는 반면에, 나오미는 나이와 외모를 이용해서 호구 하나를 잡고서 가끔 비위를 맞춰주며 마음대로 사는 꽃뱀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부끄러운 내면을 솔직하게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감정 묘사가 찌질하면서도 진실되게 느껴졌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도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비록 자전적 이야기를 담는다고 해도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직면하고 드러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수치심을 이겨낸 고백은 마음에 더 깊게 와닿는다.
내용만 보면 자극적인 삼류 치정 로맨스 같지만 막상 읽었을 땐 작가의 흡인력 있는 문체에 놀랐고, 1920-1930년대의 생생한 배경 묘사에 놀랐으며, 읽고 난 후 찝찝한 듯 길게 남은 여운에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