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 <딩씨마을의 꿈>

by 예솔


<딩씨마을의 꿈>은 1990년대 중국의 매혈로 인한 에이즈 사태를 다룬 실화 바탕의 소설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죽은 아이는 판단하거나 고발하지 않으며, 다만 자신이 본 것을 말한다.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중국 현대사의 비극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소설이었다. 초반부부터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 이어져 한동안 책을 덮고 매혈 사태에 대해 찾아보게 됐다. 물론 찾아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사건은 아니었다.


읽는 내내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가해자가 분명함에도 그 책임이 특정 개인에게만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피를 팔도록 부추긴 사람들, 침묵을 선택한 주민들, 그리고 그 구조를 이용해 이익을 취한 사람들까지. 모두가 가담했고, 모두가 조금씩 책임을 나눠 가졌다.


그 결과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다. 비극이 끝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 참상을 ‘악의 평범성’이라기보다, 평범한 인간성을 먹잇감 삼아 작동한 시스템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이들 중 누군가 깨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당장 자신의 생존과 가족의 삶이 걸린 상황에서, 도덕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잃어가는 마을 사람들을 볼수록 그들을 여기까지 몰아넣은 중앙 정부와 관리들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 이야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누구를 단정적으로 비난할 수도, 쉽게 정의로운 자리에 설 수도 없었다. 대신 찝찝한 질문 하나가 오래 남았다.

저 상황에서 나는 정말 침묵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니, 지금의 나는 어디선가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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