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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Nov 13. 2024

수능의  나라, 그날이 오면

낡아빠진 손수레


미국에서 오래 살아오신 고모가 오랜만에 한국에 나오셨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안내문을 보고 정말 놀라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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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학수능시험일이 있는 날입니다.

수험생들의 마지막 준비와 집중을 위해 각 가정에서는 층간소음해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세탁기, 청소기 등 소음이 큰 전자제품을 사용은 자제해 주시고, 늦은 밤 TV, 라이오 소음 등이 방해되지 않도록 주민분들의 협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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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들 시험 본다고 세탁기도 맘대로 못 돌려?? 진짜로 그래??"


"그럼요~ 조심해야죠, 이 동네는 벌써 공기부터 달라져요~ㅋㅋㅋ"


너무나 당연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능 전달과 당일은 숨 죽은 듯 동네가 조용히 수험생들과 그 긴장의 시간을 함께 한다.


집 바로 앞의 고등학교가 수능 시험을 보는 날이라, 매년 아침부터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교문 앞에서 두 손 모으고

서성이는 엄마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 모습만 보아도 눈물에 시야가 흐려진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입시 관문을 안다.

대부분이라 함은 입시생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선생님들까지 모두가 수험생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으로, 그 하루를 살아보았고, 앞으로 살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파트 안내문은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오는 14일 하루 수험생들이 불편함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전국이 잠시 멈춘다"는 정부의 공지에 시민들은 기꺼이 동참할 준비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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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주변을 지나는 버스와 열차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행하며 버스, 택시 운행 중 경적을 울리지 않도록 했다"


"특히 영어 듣기 평가가 치러지는 오후 1시 5분부터 1시 40분까지 35분 동안은 더욱 철저히 소음 관리가 이뤄진다. 이 시간 전국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통제"


"지하철 오전 집중 배차시간을 기존 오전 7~9시에서 오전 6~10시로 연장하고 지하철을 31회 추가 운행"


"일부 지역 택시업계는 수험생들을 무료 수송을 지원"


"공무원, 회사원들의 출근 시간 조정"


"노동계로 수험생 지원에 동참, 수능을 고려해 구호나 함성을 뺀 침묵 집회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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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조차 이, 착륙까지 멈추고, 노동조합의 항거 또한 침묵으로 만드는 시험.


첨단과학의 눈부신 성과,  AI 시대, 매일매일 천지가 놀랄만한 빛나는 발전을 거듭하는 세상이 아닌가? 그럼에도 대학입시는 어째서 아직도 옛날 힘겹게 끌고 다니던 낡아빠진 손수레 같은 느낌인 걸까???


70~80년대에도, 2024년 지금에도 여전히 마음에 돌덩이를 어놓고 마는가 말이다.


이름만 비 뀌었을 뿐, 여전히 대학입시는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 듯 절박한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변화된 세상에 변화된 교육의 가치는 없는가?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봐도, 대학입시는 인생의 큰 관문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입학하고 졸업한 대학 타이틀 덕분에 나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평가받기도, 사회가 가지는 선입견 덕을 보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영광에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10%? 20%?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은 내가 졸업한 대학, 적어도 그 대학의 "이름"과는 큰 상관이 없는 삶이었다.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과 인적네트워크, 생전 처음 꾸려나갔던 독립된 생활 등이 내게 남은 흔적일 뿐.


10대 아이들이 이런 인생의 빅 픽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대학입시가 전부인 양, 그래서 절망하고 포기하고 그래도 다시 일어나는 고난의 시간을 견디며,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이날의 시험이 목숨인 양 절박할 수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인생이 언제나 목표한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알 수 없는 게 인생길임을 아는 어른들은,


어째서 함께 목숨을 거는가?...


불안과 두려움일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내 아이가 겪게 될 이 사회에서의 실패와 어려움을 두려워하는 마음.


좋은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우리 회사, 우리 조직에 유익이 없을 것이란 불안한 마음.


우리 사회가, 부모가 이런 막연한 두려움을, 편견과 선입견을 담대함으로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기지 못하는 한,


우주선을 대중교통인 양 이용하는 시대가 될지라도 대학입시는 여전히 우리의 눈과 마음을 묶어두는 어둡고도 질긴 고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자녀도, 그 자녀의 자녀도  대학입학 시험앞에서 자유로와질수 없다.


학력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또 어떤 이름으로 바꾸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

어떤 문제 유형을 개발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이렇게 교육의 프레임 안에만 파묻혀서는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회 문제로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참고 기사 :수능의 나라, 그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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