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하지 마세요.
*'요하네스'는 <The Eyes and The Impossoble>에 나오는 주인공 Dog의 이름입니다.
'NTB(Nodding Through A book) 영어원서읽기' 모임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To. 요하네스
요즘 너의 이야기를 읽느라 새벽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 있어.
오늘은 너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덕분에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한 가지는 처음 너에게 가졌던 편견에 대한 고백,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버리게 된 계기.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힘든 너의 마음에 건네는 작은 위로라 해야 할까?...
너에 대한 첫인상은 당돌하고 안하무인(사람들은 지나치게 뽐내는 사람들을 이렇게 말해^^) 같은,
조금은 허세 가득한 Dog처럼 보였단다.
네가 한 말 기억나니?
You have never seen speed like mine. When I run I pull at the earth and make it turn,
이라든가 I stared straight into a solar eclipes and nothing happend,
심지어 너는 Maybe I'll never die,라고 말하기까지 했거든!!
그런데 너는 정말 공원에 함께 사는 친구들이 인정할 만큼 빠르게 달릴 뿐만 아니라, 영특한 친구더구나.
만약 내가 너처럼 "The Eyes"라는 임무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을 때, 그걸 알게 되었어.
흠... 나 또한 너처럼 우선적으로는 공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는 것'에 충실했을 거고,
그렇게 '보이는 것'들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Bosin들로부터 칭찬은 들었을 거야.
그런데 이건 그저 rider 일 뿐이잖아.
너는 이 점에서 처음 너에 대해 가졌던 나의 첫인상의 단박에 뒤집었단다.
넌 그저 본 대로 정보를 전달만 하는 delivery 가 아니라,
정보에 대해 생각하고(think), 예측해서(deduce) 보고(report)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었더구나.
너의 눈은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맥락'도 읽고 있었던 것이지!!
그래서 너 자신을 단순히 rider에 머물게 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점,
이것이 내 편견을 뒤집었던 포인트였단다.
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가진 대상에 무한 매력을 느껴.
그래서 나는 너의 이런 점들을 알게 된 후부터, 허세가 아닌 너의 매력을 보게 되었던 것 같아.
두 번째 이야기를 해 볼게.
오늘은 마음이 아팠어.
네가 공원 악당들(그래, 그들은 도둑들이니까 주저 없이 '악당'이야) 에게서 무사히 도망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붙잡혔던 기억들이 너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The Eyes 로서의 신뢰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불안감, 너의 목을 조여 오는 목줄의 느낌...
밤새 달리고 달려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그 기억들이 너를 끝까지 괴롭힐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어.
네가 밝아오는 태양을 보면서 이제 멈추고 쉬어야겠다(Time to stop, and to rest) 생각했을 때는 어떤 심정이었니?
나는 그냥 '괜찮아, 걱정 마'라고 말해 주지는 않을 생각이야.
마음이 아파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괜찮아, 다 지나갔으니 잊어버려"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정말 위로가 될까?
그보다는 그냥 너의 아픈 기억 옆에 함께 있어 주고 싶어.
다만, ' Time to stop, and to rest'라는 독백 속에
너의 아픈 기억도 함께 Stop 한 것이기를 간절히 기도할게.
또 한 가지 내 경험으로는 아픈 기억은 시간이 지난다고 무조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
지금은 잔인하게 들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대로 남아 있어.
다만, 그 아픔을 이겨 내는 방법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인 거지.
내가 내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 아픔을 '누군가를 위한 선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거야.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아픔을 약으로 쓰는 거지.
나에게는 상처였지만, 남에게는 약이 될 수 있더라고.
그렇게 약이 되는 순간 신기하게도 그것이 부메랑처럼 나에게도 약발이 돼서 돌아오더라.
조금씩 내 상처도 치유가 되면서....
우리 모두는 상처를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치유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
요하네스.
오늘 너를 아프게 했던 그 기억도 누군가를 위한 선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어 보렴.
네 상처의 쓸모를 찾아본다면 좋겠어.
분명 너는 지금보다 덜 아파질 것이고, 어쩌면 치유되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거야.
나의 친구, 요하네스.
힘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