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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Nov 05. 2024

생존, 스토리가 되다.

일상의 선한 싸움



훌륭한 이야기는 모두 '생존'에 관한 것이다. 그게 어떤 종류의 생존이든 말이다.
스토리가 그 외의 다른 것들을 이야기한다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 앞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포지셔닝을 이런 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생존하고, 사랑을 찾고, 열망하는 정체성을 완성하고, 나를 물리적 사회적으로 지켜줄 집단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어떤 것'

<무기가 되는 스토리>, p.19

*위 문장은 <함성미라클 글쓰기>모임에서 제시된 '오늘의 영감문장' 입니다.

책사언니's 함께 성장 연구소



아, 생존....

생존의 문제는 늘 우리를 긴장시키고 불안하게 만든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죽기 때문에.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남는 것. 죽지 않고 사는 것.

이보다 절대절명의 미션이 또 있을까.  


몸의 생존, 그리고

마음의 생존.


그래서 '잘 살아낸 이야기' , '특별하게 살아낸 이야기' 에  우리의 마음은 움직이고,

'잘 살아내지 못한 이야기'에 마음은 번잡해 진다.




잘 살아낸 이야기.

영화 <마션>을 떠올려 본다.

화성에서 살아남기?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살아남기라니,  만화같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감자를 심고, 물을 찾는 '몸의 생존'뿐만 아니라,  이내 그의 '마음 생존'을 보며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여기선 어딜 가든지 내가 최초예요.
참 묘한 기분이죠.
로버에서 내리면, 내가 그곳을 밟은 최조의 사람이고,
저 언덕을 올라가도 최초가 되는거죠.
45억년 동안 이 곳에 아무도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내가 있죠.
난 이 행성에서 혼자가 된 최초의 인간이예요

영화 <마션> 중





이 말을 되뇌이는 주인공의 마음은 워딩처럼 진짜 자랑스러움으로 가득했을까?

처철한 내면의 최면의식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오직 살아남으려는.

살아남고자 하는.


'잘 살아낸 이야기'로  영화 <마션>을 떠올린 이유는  '화성'에서 살아 돌아온 기적같은 스토리여서가 아니다. 그 자체가 우리 삶의 큰 은유와도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필사했고, 그 메모가 아직도 책상 앞에 붙어 있다.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화성에 혼자 남겨졌을 때,
죽을 거라고 생각했냐는 것이다.
그래, 당연하지.
자네들도 겪을지 모르니 잘 알아둬야해.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아무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하는 순간이 올꺼야.
'이렇게 끝나는구나'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그게 전부다. 무조건 시작하는 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도...
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영화 <마션> 중





생존을 위한 내 노력은  딱 이와 같이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기에,  

나는 이 말이 절실했다.


생존이  훌륭한 스토가 되기위해서  반드시 드라마틱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내 스토리는 훌륭한 스토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도 틀림이 없다.


하지만 영화 <마션>의 마지막 반전은, 화성이라는 특별한 공간과 유능한 우주인의 활약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꾸역꾸역 살아온 하루하루가 생존의 무기였다는 점이다.


작은 일상.

그 속에서 흔들리는 자존감과 나태함,  쉽고 편한 길에 대한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누가 알아서 잘 했다 상을 주는 것도 아닌,  나홀로 북치고 장구치는 이런 '일상의 선한 싸움'을 쌓아가더라도 내 이야기가 훌륭한 스토리가 될 수 있을까?


독자가 한 명도 없는 스토리라 해도, 아마 나는 이런 내 이야기를 쓰며 살게 될 것 같다.

적어도 내 자신에게 만큼은 내 생존이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어야 하겠기에 말이다.

그런 하루가 눈처럼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그것도 아름다운 설경이 되어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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