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시간
가끔씩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이 있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인터넷 혹은 SNS의 알고리즘을 따라다니거나,
셋 중 하나다.
내가 오전 2시까지 깨어있는 경우란.
그날 꼭 마쳐야 하는 일 때문이 아니라면, 새벽 2시는 나에게 ‘어쩌다’ 한번 주어지는 시간이다.
나름 새벽형 인간인 내가 취침 시 자정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있다면 정말 덤이나 보너스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솔직히 고백건대, '열심' 보다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진다.
게다가 그 시간이라면, 이미 에너지는 고갈상태다.
잠은 오지 않는데, 에너지는 방전.
그런데 이상하게 정신만은 맑아, 잠을 청할 수도 없으니 어쩌나....
이런 상태를 보내기에 핸드폰만큼 좋은 아이템이 있을까?
(그림을 끄적일 때도 있지만, 사실 그림도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낮 시간에는 가능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번 시작하면 꼬리잡기 하듯, 계속 따라 들어가니까.
문득 '여기는 어디?' 하는 심정으로 퍼뜩 정신 차려 보면 최소 30분은 그냥 사라져 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30분이 아니라, 내 하루가 그냥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 느낌이 참 싫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책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멀리하려는, 인내를 요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새벽 2시는 어차피 자고 있었을 시간인데?라는 심정으로 마음이 가볍다.
인스타와 유튜브. 정말 족집게 같이 내 취향을 알고 딱 그쪽으로 안내한다.
똑똑한 알고리즘 같으니.
동네 엄마들 카페도 들락 거려본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천지다.
동네 맛집이며 핫 템, 유용한 생활 팁, 비밀인 듯, 아닌 듯 온갖 카더라 소식과 수 십 개의 댓글들.
사춘기 자녀, 남편, 시댁 험담 끝에 갑자기 숙연해지는 자기 반성하며...
너무 ‘재미’가 있다니 이상한 일이다.
낮 시간에는 똑같은 곳을 봐도 마음 한 구석은 초조하고 불편하고, 내가 내 눈치가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이토록 재미있는 시간이 고직 한 시간을 채 못 간다는 점이다.
나는 전원 꺼진 로봇인 양, 의식이 무뎌지면서 급속도로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가 버린다.
이... 아까운 나의 새벽 2시.
그는 그렇게 인사할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신데렐라 종소리의 마법처럼,
이렇게 사라지는 시간임을 알기에,
내 루틴에서는 정말로 어쩌다 한 두 번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시간임을 알기에,
그냥 몸과 마음을 ‘무방비 상태로 때우는’ 이 시간이 마냥 싫지 마는 않다.
다음날 지장 있을 것이라고? 놀랍게도 그런 일도 거의 없다.
어쩌다 만난 그대처럼, 얼리버드 같은 내 루틴에서 '어쩌다 만난 시간'인지라 그 루틴을 흔들 만큼도 아닌가 보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그 한 조각을 먹었을 때의 기분 좋은 느낌.
나 혼자 온전히 누리는 작은 이벤트와 같은 시간,
새벽 2시가 달콤하다.
새벽 2시를 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