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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Nov 14. 2024

<자정, 오전 12시>

오늘이라는 선물

직전(直前).

어떤 일이 일어나기 바로 전.


산 정상을 오르기 직전의 에너지를 기억한다.

힘들고 긴 등산길에 포기하기를 수십 번 하였어도, 정상을 코 앞에 둔 지점에서는 다시 힘이 솟는다.

 

크리스마스이브,

여행 출발 전날의 저녁,

영화가 시작 전 광고 타임,      

약속 시간 5분 전,

선물 상자를 열기 직전, 아, 택배 박스의 테이프를 뜯기 직전도 그렇다.      

일출 혹은 일몰 때의 하늘은 또 어떤가?     


때로는 목표 직전의 그 시간이 목표 자체보다 더 설레기도 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희망으로 충만하기 때문일까?





가끔씩 늦음 밤 시계를 보다 12시가 가까워 올 때면,  나는 자명종 시계로 향한다.      

그리고 습관처럼 멈추어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마치 새해 첫날 카운트다운이라도 하는 것처럼 바늘의 움직임을 놓치면 안 된다 싶다.      

이게 모라고 이렇게까지 긴장할 일인가 싶지만 약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5,4,3,2,1 땡! 하고 12시가 되면 "탱~~"하고, 가까이 다가간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작고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시침과 분침이 겹쳐지면서 미세한 떨림과 함께 나는 소리다.

"우와, 목격했어, 과거와 현재가 바통 터치를 하는 그 순간을 내가!"


아, 오늘이 끝났구나... 싶다가도 정신이 번쩍 든다.


"아니 이제 시작이지!"

     

어제는 끝났고, 오늘은 시작이지.     


오전 12시는 그런 시간이다. 어제의 끝과 오늘의 시작이 찰나의 순간에 공존하는 ‘신비스러운 시간’.     


그렇다. 설렘도 긴장감도 아닌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하나님은 그 찰나의 순간에 ‘오늘’이라는 선물을 주시는 것이다.      

불과 몇 초 전, 몇 분 전까지 마음을 초토화시켰던 일들도 벌써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12시 자정에 느끼는 오늘은 손 위에 올려진 반짝이는 선물같이 느껴진다.

나무에서 갓 따온 과일처럼 신선하고 깨끗하다.

걱정도, 아픔도, 눈물도, 외로움도, 실망과 후회도 없는 오늘.

  



이렇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오늘이 느껴지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과거의 집착에서 마음이 좀 너그러워진다.


'이렇게 새 날이 또 있는데 뭘....'  '다시 시작해 보면 되지'

이런 담대한 마음도 생긴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책상 앞 붙여둔 쪽지에 눈길이 간다.      

     


자정.... 오후 12시에는 '순간'이 있다.  

어제의 문이 닫히고 오늘의 문이 열리는 신비함이 있는 시간.

그러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면 오늘이라는 선물이 놓여 있는 시간.    

  



오전 12시 근처 우연히 시계를 보게 된다면 잠시 멈추어 보시길.      

어제와 오늘이 바통 터치하는 그 순간을 목격해 보시기를 바란다.

하얀 도화지처럼 온전히 같은 오늘을 느끼는 기쁨이 크니 말이다.






오전 12시를 살아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시간 스펙트럼 속에서도 <자정, 오후 12시>가 빛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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