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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Dec 31. 2023

04. 2023년을 살아낸 나는.

매듭짓기


2023년, 2시간 남짓 남았다.

남은 인생이 2시간인데, 그동안 뭐 할래? 

누군가 묻는 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흠...

나는 아빠와 엄마, 내 친동생, 남편과 아들에게 5장의 손편지를 쓸 것이고,

그런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쵸코케익과 커피를 한 잔 마실 것 같다.


이렇게 보니 내 삶이란 결국 참 소박하게 끝나는구나 생각된다.

마직막에 거창하게 정리할 것도, 놓치기 싫어 움켜잡을 만한 것도 없으니.


퍼뜩 정신차려 엉뚱한 상상에서 돌아오니 

인생의 마지막은 아니다. 다행이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 3가지

 

1. 시작하는 것

2. 계속하는 것

3. 잘 끝내는 것

 

오늘은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니 특히 3번째, 2023년을 잘 끝내야 하는 날이 맞다. 

잘 끝냈어, 라는 말 또한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끝’이라기 보다 '매듭'이라는 말이 맞겠다. 


내가 완성한 수준의 ‘끝 마침’까지 도달하지 못했을지라도, 

속도를 늦추며 멈추기 위한 ‘매듭’을 짓는 시간.

끝내지 못한 일에 매달려 허둥지둥하다 다음 시간에 지각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속도를 컨트롤해야 하는 때.

 

2023년에 아무리 미련이 많고, 붙잡고 싶은 아쉬움이 남더라도 더 이상 돌아보지 말 것이며, 

그것이 슬픈 일이건, 기쁜 일이건 이제는 마음의 매듭을 짓고 손에서 놓기로 한다.

 

올 해, 내가 생각했던 최악(惡)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고(高)의 일 또한 없었지만, 최선(善)의 일들이 있었기에

- 어쩌면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을 수 있으나 나는 최선이라 믿었다. 

그래서 감사하며 살았다. 

 

주어진 상황이 최선이라 믿는 것. 

아직도 이런 믿음이 굳건해 지진 못했으나, 내 삶을 보는 시선을 이렇게 바꾸기로 했으니 

그 믿음을 증명해 보이는 삶을 살고자 한다.


 



2023년,  삶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은 “당연한 일은 하나도 없음” 이다.

 

아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아들이 학교에서, 기숙사에서 사건, 사고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

남편이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는 것

코로나가 무사히 나를 피해 갔다는 것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따뜻하고 깨끗한 집이 있다는 것

함께 응원하며 나누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보통의 일상이 진행된다는 것 조차도.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지, 당연한 일들은 하나 없었다. 





'마지막'은 '시작'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2023년을 매듭짓는 오늘이지만, 끝마침이 아닌 이유는 2024년이 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는, 우리 인생의 법칙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는 오늘이다. 

 

나는 마음이 급하지도 흥분되지도, 각오나 희망으로 들뜨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11월, 12월은 그런 불편한 마음들이 들락날락 오갔지만, 오늘이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다. 


내일의 달력이 2024년 1월1일이라 하지만, 

어제, 그제와 같은 해가 뜨고 내 일상의 루틴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니까. 

매일이 그랬던 것처럼 2024년도 한 걸음씩 살아낼 테니까 말이다.


                                                         - 고맙다, 202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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