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이든 최선이니
와아... 기숙사에서 보낸 택배상자들이 이렇게 쌓여있으니
이제야 네가 집에 온 걸 실감하게 돼.
너의 1년을 책임졌던 살림살이는 5호 택배 상자 6개가 전부구나.
이 간소한 물건들을 좁은 기숙사방에 채우고 혼자 꾸려가는 일상이, 학교 생활이
외롭지는 않았니?...
막상 너한테는 묻지도 못할 질문이니까... 괜스레 택배상자한테나 질문해 본다.
네가 오니 영화도 보러 다니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참 좋다.
이상하지? 집에서도 너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대체 방에서 뭘 할까? 진심 궁금)
집이 가득 채워진 듯한 이 느낌...
너의 존재가 엄마에게는 그런가 보다.
오늘은 영화 얘기를 해 볼게.
오래된 영화라 너는 아마 제목조차 들어보질 못했을 거야. ‘포레스트검프’라는 영화란다.
엄마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장면은 이거야. 평범해 보이지?
주인공이 버스정류장이었나? 거기서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초콜릿 상자를 내밀면서 이런 말을 하거든.
“The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r never know what you are gonna get"
인생은 초콜릿상자와 같다. 어떤 쵸코렛을 먹게 될지 알 수가 없지
엄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등이 되거나, 내 선택이 틀린 것 같아 후회하고 자꾸 미련이 남을 때마다 이 대사를 떠올리곤 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나, 어떤 때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인데도
아빠가 사 오시던 서프라이즈 한 쵸코렛 박스, 쿠키박스를 기억하니?
검은 보석같이 칸칸마다 놓여있던 작고 화려한 초콜릿들, 그 진한 향기 말이야.
박스를 열 때의 설렘은 정말 최고였잖아.
한동안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다가
결국 조심스레 집어든 너의 선택에 엄마는 좀 실망하곤 했어.
화려한 쵸코렛들 중에 그저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는 한 조각을 선택했거든.
어렸을 때 너는 비슷한 경우, 좋아하는 것을 나중으로 남겨두는 편이었어.
싫은 것을 먼저 하거나,
맛없을 만한 것을 먼저 먹거나,
새 신발은 내일부터 신거나...
좋아하는 것을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초콜릿이나 쿠키를 선택할 때도 비슷한 심정이었을지 모르겠어.
'덜 좋은 것'을 먼저 선택하는 마음
솔직히 말해 볼게.
엄마는 그런 너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싫기도 하더라고.
그냥 좋아하는 걸 먼저 하지. 먹고 싶은 걸 먼저 먹어버리지.
오늘 당장 새로 산 신발을 신고 나가지.
이런 마음이 간절했지만 너의 설레는 마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질 못했거든.
J야, 그렇다고 해서 오늘 엄마가 해 주고 싶은 말이 "네가 좋아하는 걸 먼저 해봐"라는 건 아니야.
물론 그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오늘은 좀 다른 말을 해주고 싶어...
너의 불안을 이해하기 때문에.
아마도 너는 먹고 싶은 초콜릿을 먼저 먹고 나면, 맛없는 초콜릿만 남게 되는 상황이 불편했을 것이고,
좋아하는 걸 먼저 하고 나면, 좋아하지 않은 것들만 남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을 거야.
그래서인지 차라리 ‘덜 좋은’ 상황을 먼저 선택해 버리곤 했겠지.
그래야 너의 마음이 편안했을지 모르겠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런데 J야,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이 꽤 공평한 거 같더라.
좋은 일이 있으면 싫은 일도 있고,
잘 풀리는 때가 있으면 자꾸 막히는 때도 있고,
힘든 시기가 있으면 반드시 행복한 시기도 있고...
그런데 '그때'라는 것이 내가 선택한 대로 순서에 맞게 오는 게 아니더라고...
그러니 네가 지금 당장 맛있는 초콜릿을 먹는다고 해서 나중에 맛없는 초콜릿만 남게 될 거란 생각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네가 맛있는 걸 먼저 먹거나, 맛없는 걸 먼저 먹거나, 반드시 이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도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면 뭐가 문제일까?
번갈아 먹으면 아무려면 어때?^^
네가 살면서도 좋은 때, 나쁜 때를 선택해서 남겨둘 수 없는 거거든.
영화 속 대사, 오히려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런데 다만 분명한 건 있어.
아마도 이것 때문에 엄마가 오늘은 어떤 쵸코렛을 먼저 먹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하나님은 너에게 가장 빛나고 좋은 열매를 주신다는 사실이야.
이 말은 네가 먼저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일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이기도 해.
너는 결국엔 하나님이 주신 가장 선한 것을 '찾을 것'이고, 마침내는 '얻게' 될 테니,
선택의 상황일 때, 너를 힘들게 하는 강박이나 불안이 있다면 모두 내려놓아 보렴.
지금 한 선택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반대로 예상치 못했던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 그런데 어느 쪽이든 그것 때문에 너의 인생 전체가 요동치지는 않아.
선택의 순간을 즐기며
레고 블록 기억하지? 모든 선택과 결과들이 블록 조각처럼 다 필요한 존재들이야.
너의 선택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너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로 이루어진 "완전체"를 이루게 해 줄 거야.
분명히!
그러니 선택의 순간에 너를 조이는 긴장감을 내려놓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렴.
모든 레고 블록이 완성을 위해 필요한 조각인 것처럼, 너의 선택도 그럴 거니까.
그 결과가 실패처럼 보인다 해도 그건 보이는 결과일 뿐이야.
네가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는 거란다. 성공하기 위한 방법 하나를 획득했을 뿐인 거지.
엄마는 오늘 이 말을 해 주고 싶었어.
오늘은 커다란 쵸코렛 박스를 사다 놓을게.
뚜껑을 열자마자 '생각'은 stop,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아무것이나 선택해 보자!
남겨 두기 아까운 마음은 날려버리고 마음껏, 먹고 싶은 데로 다 먹어 보자!
생각만 해도 신나지?
내 마음을 따라 뭔가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설레는 일이란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