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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솔개도 목숨건다.

by 소리


솔개는 실제 평균 수명이 약 24년 내외인 비교적 장수하는 조류이다.


하지만 "솔개 우화" 속의 솔개는 약 80세까지도 살 수 있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등장한다.

실제 그런 솔개가 존재하는 지는 알수 없지만, 장수하는 솔개에 관한 이 유명한 우화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더 큰 울림을 느낀다.




솔개의 인생2막


지금까지 40년을 살아낸 솔개가 앞으로 40여년을 더 살아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터닝포인트가 있다.

솔개 인생 40년에 2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첫 번째는 40년 동안 사용해 노화되어 버린 부리와 발톱, 깃털 등을 그대로 지닌 채 사냥도 못하고 늙고 굶주린 상태로 죽을 것인가?이다.

두번째는 목숨을 걸고 회복의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날 것인가?이다.


당연히 두 번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수 개월에 걸쳐 자신의 오래 묵은 신체의 일부를 스스로 자해하며 모조리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선택을 한 솔개는 안전이 확보된 산 정상에 올라가 둥지를 튼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부리로 바위를 끊임없이 쪼아 자신의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부리가 깨어지면서 피투성이가 된 솔개는 먹지도 못하며 새로운 부리가 돋아날 때까지의 긴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


그런 고통을 거쳐 비로소 튼튼한 새 부리가 돋아 나는데, 그 다음으로 솔개는 새로운 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모두 뽑아낸다. 나는 그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멀쩡해 보이는 내 손톱과 발톱을 모두 뽑아내는 고통을 말이다.


새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후, 솔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오래된 깃털 마저 모두 뽑아낸다.

무겁고 축 처진, 두꺼워진 날개로는 민첩하게 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생사를 건 변화의 과정을 거친 솔개는

비로소 이후 30년, 40년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솔개2.gif

(사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우리의 인생2막


100세 시대라니, 솔직히 한숨부터 나온다.

인생이 너무 길어서라기 보다 더 솔직한 심정은 아마도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하고 살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행복할까? 등등


30대, 40대와 같은 에너지, 같은 환경, 같은 일을 하며 노년을 살수는 없을 것이고,

우리의 노년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확률 또한 매우 높다.

옛날에 비해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고, 실제 주변의 70세 어르신들만 보아도 전혀 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시대임에는 틀림없으니 말이다.


인생 2막.

이제는 보통의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옵션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 싶다.


인생 2막을 그저 막연히 '생각'만 하며 보내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솔개의 첫번째 선택을 하는 셈이 되고 말지 않을까?


두 번째 선택을 한 솔개 인생을 상상해 본다.

아마도 그는 살고 싶은 간절함이, 하늘을 비상하며 용맹했던 자신의 삶을 간절히도 사랑했던 솔개가 아니었을까?


'100세 인생'이 막연히 머릿속으로만 맴돌고만 있었는데,

솔개의 간절함을 보며 내 인생을 바라보게 된다.


하물며 내 인생은 솔개 한 마리보다 귀하지 않은가?


솔개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목숨을 건 갱생의 과정을 거치건만,

"나이들면 건강 챙기면서 취미 활동이나 열심히 하면 다행이지 모"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100세 시대라면, 내 인생의 밧데리가 아직은 50%나 남아 있다는 의미다.

솔개처럼 목숨을 건 생사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더라도,

분명 지금과는 다른 "노년의 나"를 위해 "유의하고 쓸모있는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된다. 이제 생각은 그만, 고민보다 GO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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