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벗어던지는 기분
여자에게 가방이 대체 뭣이길래?!
사실 나는 속으론 늘 의문을 가지면서도 명품백을 사곤했다.
명품 트렌드는 물론이고, 신상에 시리얼 넘버까지 꽤차고 있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실은 나에게 명품이 그닥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했다.
"그저 하나쯤은 있어야 할 듯해서..."
굳이 이유를 말해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 밖에는 답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참 맥력없는 대답이다.
직장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잦아지고,
어느정도 내 의견이 영향을 미치는 위치로 오르니
주위의 시선에 아주 무심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갖추어야 할 옷, 구두, 액세서리 등과 밸런스(?)를 맞추는
차원이었을까?
그런데 그렇게 구매한 명품백, 명품 아이템들은 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것들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장착하고 나서야 하는 그 자리의 무게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내가 가진 콘텐츠가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첫인상,
특히 외적으로 "갖추어진 정도"에 따라서도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완벽한 퍼즐처럼, 안 팎으로 모두 빈틈없어야 한다는 과도한 강박감에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들고다닐 가방이 없다는 것도 참 이상하고도 신기한 일이다.
올 여름에도 가방을 사야겠다.
그런데, 명품백에는 1 도 관심이 가질 않는다.
일단은 너무 무겁다.
일상에서는 그닥 쓸모가 없다.
커피숍에 자리를 맡아두려 툭 던져놓기도 꺼려진다.
내 성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던 치열했던 직장을 그만두자,
명품백은 그야말로 '까다로운' 물건이 되었다.
나는 에코백의 세상에 완전 빠져들었다.
에코백은 사은품으로 받아 장바구니 정도로만 쓰는 것으로 알았던 나에게는
신세계이다.
너무나 가볍고 쓸모도, 디자인도 무궁무진하다.
가격도 저렴해서 몇 개를 사도 명품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에코백을 사면서 나는 치열했고 무거웠던 나의 지난 삶을 벗어던지는 기분이다.
때로 그 생각이 강하게 살아나는 때는 에코백을 사는 순간, "짜릿한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나 이제 에코백 드는 여자야'
선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왠지 기분 좋다.
환경을 생각하며 지구를 보존하는 데 일조를 더한다는 사명감은 아닌지라,
송구스럽지만, 결국은 같은 결과가 되는 것이라 믿으며....
"나 가방 하나 사야겠어"
남편 놀라는 모습, 그 짧은 순간에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재미있어 죽겠다 .
"아니, 왜 그렇게 놀라?"
" 아니 모... 그래... 사...사야지..., 마음에 드는 거....는 있고?"
"응!"(왜? 없을까봐요?~~ㅋㅋㅋ)
남편, 너무 겁먹지마,
에코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