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금지법으로 표출된 한국 사회의 현 주소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 타다>를 시청했습니다. 작년 10월 극장개봉 당시에 보러 갈까말까 고민하던 끝에 코로나 걱정으로 결국 보지 않기로 결정했었는데, 이렇게 넷플릭스를 통해서 만나다니 그동안 밀린 부채감을 해결하는 기분이었죠.
저는 국내외 기업의 경영 전반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흥망성쇠 역시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죠. 그 중에서도 #타다금지법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스타트업 규제정책(#표적입법)은 스타트업계는 물론이거니와 언론에 있어서도 한동안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그렇게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 끝에 정치권의 역공을 맞아서 사업을 접어버린 비운의 기업이라는 인식을 끝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지나 싶었는데, 이 다큐를 통해서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의 실체와 전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스타트업은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의 현 주소를 말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스토리라인을 따라, 타다가 직면하는 문제의 핵심 원인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유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폭탄돌리기의 스노우볼 이펙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는 리뷰 내용을 통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크게 1부와 2부의 두 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서는 타다의 임직원들이 유쾌한 톤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타다금지법이라는 암초를 만나는 것까지 그리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사업에 타격을 받고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흥미 위주의 악마의 편집 없이, 시종일관 차분한 시계열적 서사로 기름기를 쫙 뺀 스토리라인을 보여줍니다. 중간중간 극의 흥미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로 내용을 환기시켜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영리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쿨톤의 컬러그레이딩을 적용해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타다라는 스타트업은 국내의 #모빌리티를 혁신하고자 등장한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해외에서 우버, 그랩 등의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가 급성장할 때,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쏘카 산하에서 #타다 베이직이라는 택시 호출 서비스를 출시하였죠. 직원들도 반신반의했던 서비스는 출시 초기에 이용객들의 호의적인 평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의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기존 택시 운송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이해관계자 집단의 집중포화를 맞게 됩니다. 직격탄을 맞은 사업이 좌초되고 기업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된 타다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혁신산업에 대한 도전을 이어나가는 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됩니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 업계에 있는 종사자라면 더욱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부분은 한국 사회가 떠안은 현재진행형 격의 문제들을 다룹니다. 그 중에서도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효용과 위협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죠. 산업혁명 시대의 증기기관이 그랬듯이, 혁신 기술의 발전과 그 보급은 기존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휩쓸어 버렸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거대한 물결의 흐름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기존 산업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해답으로 #스타트업 타다에게 일종의 사형 선고에 가까운 판결을 내립니다. 다소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아직 혁신을 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법적 규제가 한 기업의 사업을 얼마만큼 망가뜨릴 수 있는지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었죠. 입법 기관의 이기주의와 함께 말입니다. 이처럼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산업 전반의 #거버넌스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역학 구도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제가 보기엔 타다라는 기업은 그저 희생양이었을 뿐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이기주의, 그리고 택시면허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유한 개인 택시 사업자의 생존권 궐기에 대한 하나의 좋은 목표물이 되었죠. #이익집단의 논리에 따른 여의도 정계의 정치 셈법에 의해서 2주만에 여객 운수법 #졸속개정이 일어나게 되었고,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다음 주자에게 바통, 아니 폭탄이 넘겨진 것입니다.
물론 일자리와 재산권 문제는 해결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라면 해당 이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숙고, 소통을 통해서 각 이해관계자 주체 간 조율이 일어나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힘없는 기업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감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는 비단 타다가 몸담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는 귀족노조의 행태나, 과점 기업들이 담합을 통해 시장의 진입장벽을 두텁게 세우거나, 투명하지 않은 회계와 불성실 공시로 인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등의 산업 전반에 산적한 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거 청산의 문제 역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죠. 십수년 동안 회자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입니다. 언제까지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야 할까요, 다음 #희생양은 또 누가 나올까요?
전부터 타다라는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해당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한 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이들의 후일담이 궁금했기에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고, 해당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관리자라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장애요인들을 앞서 고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이해관계자 집단 간의 역학구도가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한국의 사회적 레벨의 계층(Layer)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제의 병목 구간이 어디서 발생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요. 결국 문제 해결의 의지와 #시스템의 구조적인 정교화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변화하고 시민단체가 90마일, 가족이 60마일, 노동조합이 30마일, 정부가 25마일, 공교육이 10마일, UN을 비롯한 다국적 기구가 5마일, 정치조직이 3마일, 법과 법기관이 1마일로 변화한다.
돌아가신 앨빈 토플러는 위와 같은 말을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남겼습니다. 십수년이 지난 책의 내용이지만 이는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체감이 되지 않는다면 이 다큐를 한 번 시청하시길 권장합니다.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에 혁신을 일으켜 고객의 편의와 효용을 높이고 이를 통해 지속 성장한다'라는 것이 제가 파악한 타다의 미션입니다. 실제로 타다라는 플랫폼 위에서 드라이버와 이용 고객 모두 만족하는, 성장이 기대되는 서비스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죠. 하지만 타다금지법의 입법은 이제 로켓을 달고 고속 성장을 하려는 찰나에, 예상치 못했던(혹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암초가 눈앞에 나타난 것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대응은 그대로 전력을 다해 부딪혀 돌파하든지, 아니면 급격히 선회하여 피벗(Pivot)으로 대응하든지, 아니면 그냥 사업을 접든지의 선택지 밖에 남지 않게 되죠. 시간과 자원, 자본이 한정되어 있는 스타트업으로서는 기업의 명운이 달린 선택에 다름 아닙니다. 이에 타다 임직원들은 조직의 몸집을 줄여 자신들이 뛸 수 있는 도메인 영역을 다시 설정하는 것으로 사업의 방향성을 전환합니다. 이것이 지금 서비스 되고 있는 타다 라이트, 프리미엄 서비스인 것이죠.
규제의 철퇴를 맞았던 타다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인수되어 새로운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길목에는 1등 모빌리티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버티고 서있죠. 분명 쉽지만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응전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 태도가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본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타다 임직원들의 인터뷰 영상 속에서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CEO의 결단과 무거운 책임감, 조직 구성권들의 신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스타트업 산업의 일면을 볼 수 있었던 좋은 다큐 영화입니다. 한국의 산업과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스타트업의 초상'인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한편으로는, 타다라는 기업의 서비스와 이미지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기업에 대한 부정적 논란거리들을 세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본 관점에서는 이 다큐를 연출한 감독이 그저 사실 관계에 입각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봅니다. 논점 역시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과 부정을 성토한다기보다는 '이런 사건이 있었고, 판단은 관객 여러분의 몫이다' 라는 뉘앙스를 전달합니다. 해당 이슈에 대해서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식으로 쿨하게 넘기는 직원들의 태도도 엿볼 수 있고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도심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혁신은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들려 오는 소식에 따르면, 경쟁 상황에서 여러 잡음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언더독으로서 타다의 플랫폼 서비스가 어떠한 성과를 거둘 것인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어떠한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인지, 어떠한 마케팅 수단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어떤 혁신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되네요. 이 다큐를 통해서 여러분들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죠.
타다와 관련된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첨부합니다.
‘타다 다큐멘터리’는 왜, 어떻게 만들어졌나 - The PR (the-pr.co.kr)
'타다 서비스 금지' 여객자동차법 "합헌" (lawtimes.co.kr)
[모빌리티 新3강]③타다, 핀테크 장착하고 컴백 (bizwatch.co.kr)
'원조 타다가 돌아왔다'…더 넓고 쾌적해진 승차감에 친절 서비스[잇써보니] (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