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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공식, 포뮬러>

성공은 개인적인 성취가 아니라, 성과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이다.

by 책거미

누구나 성공을 원합니다. 하지만 성공의 과실을 누리는 이는 한정되어 있죠. 같은 자질을 지녔음에도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패배와 좌절을 맛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 책 <포뮬러>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도록 해 주는 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사실 이 책의 존재를 발견한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 였습니다. 문득 10대 시절 읽었던 동 저자의 역저 <링크>(제러미 리프킨의 <수소혁명>과 함께 시대를 앞서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를 다시 읽고 싶어져 온라인 서점을 찾았다가, 저자의 최신간인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죠. 10점 만점에 육박하는 평점과 저자의 전작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결제를 완료해버렸습니다. 책을 모두 읽은 시점에서 바라보면, 그러한 결정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음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책입니다.


책을 열자마자 과학자 정재승,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씨가 쓴 추천 서문이 반겨줍니다. 과학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대목에서 일단 친근감부터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자 서문에 이르러 바라바시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이 책은 삶에 도움이 되는 과학서에 가까우며, 과학을 이용해 결과를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틀이다'. 이러한 저자의 의견에 100% 동의합니다.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본질적 원리를 적용하여 성공으로 이끌어야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성공의 정의가 수만수천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저자는 성공이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얻는 보상'이라고 말합니다. 성공의 척도는 내적이 아니라 '외적'이고 개인적이 아니라 '집단적'인 척도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이 아니라 집단적인 성공을 가늠할 때는 '공동체의 반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우리의 업적에 대한 집단적 관심이 우리가 속한 복잡한 연결망을 통해 어떻게 형성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은 성공이라는 것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부수고, 과학적인 사고관에 입각하여 그것을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와 빅데이터 분석의 힘을 빌어 설명된 5가지 성공의 공식은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서 설득력을 갖게 되죠. 그럼 지금부터 그 내용을 각각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저자의 저술을 재구성함과 동시에 저의 생각을 곁들였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제1공식: 성과 + 연결망 = 개인의 성공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없을 때는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미술계에서의 성공을 한번 생각해보도록 할까요? 사실 아무도 걸작에 가치를 부여할 수 없으며 예술 작품을 보기만 해서는 그 가치를 산정할 수 없습니다.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화랑 주인, 딜러, 에이전트, 경매 회사, 수집가들로 구성된 보이지 않는 인맥, 즉 '연결망'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있어서는 이러한 연결망 내에서의 맥락이 중요합니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분수(혹은 샘)>는 예술작품의 가치나 예술가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Fountain> by 마르셀 뒤샹


즉 미술계에서 권위는 그것이 가치 있는 만큼 주관적으로 결정됩니다. 예술계의 기관들 간의 연결망을 살펴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큐레이터들이 자기가 내린 판단을 남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성공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로 결정되지 않고 유명한 중심축들은 주로 자기들끼리 교류합니다. 따라서 미술계에서 성공하려면 '공생 관계'를 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미술계에서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거물급 미술가와 화랑 간의 선순환 구조를 드러냅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연결망전문 분야의 연결망(단순히 지리적 요인 뿐만이 아니라)이 그 사람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막강한 중심축이 그 연결망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맥 쌓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대상 기업의 키맨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지요). 따라서 명심할 것은 성과를 인정받으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라는 사실입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하려면 연결망을 이용하는 데 통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공식: 성공 + 알파(α) = ∞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성공은 무한하다.



평범한 이들은 중앙값에,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아웃라이어들은 극단값에 위치합니다.


통계적 분석에 따르면 인간이 보이는 성과는 정규분포곡선(Bell Curve) 형태를 따릅니다. 즉 달성 가능한 성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최고의 기량을 지닌 경쟁자들 간의 차이는 너무나도 미미해서 측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책의 사례에서 등장하는 와인 경진대회에서조차 수상은 거의 운이 결정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국제 콩쿠르 같은 연주대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그대로 드러나죠. 음악계에서 랑랑 같은 음악가들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그들이 뛰어난 음악가인 동시에 '뛰어난 음악가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우리의 삶에 대입해보면, 성과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남들보다 두드러져 보일 뭔가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믿고 의지할만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면,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묘하거나 심지어 무의식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려면 우리의 경쟁자들은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례로 면접장에서는 면접을 보는 '시기'가 더 중요합니다. 채용 절차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학습효과의 강화로 인하여 면접관들이 더 똘똘해지기 마련이니까요. 따라서 실패나 패배는 타이밍처럼 무작위적인 요인에 기인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정 과정이든 무작위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성공은 숫자놀이(확률게임)일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성공은 성공을 낳고 시도한 횟수에 비례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 말입니다.


성공이 지닌 무제한이라는 특징은 '멱 법칙(Power law)'이라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합니다. 성공이라는 예외적인 보상은 재능으로 올린 성과를 저비용으로 널리 확산시키기 쉬울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즉 금전적으로 슈퍼스타가 되려면 성과를 '널리'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성공은 우리가 함께 해내는 것이며, 우리가 개인의 성과에 보상을 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형태의 화폐로 표현되든 슈퍼스타가 받는 보상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멱 법칙에 의하면, 성공에 따르는 보상은 무한할 수 있습니다.


탄탄한 실력과 긍정적인 메시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만든 BTS 신드롬


슈퍼스타의 지위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우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탄소년단(BTS)의 사례를 한번 적용해 봅시다. 멱 법칙 분포가 적용되려면 확산이 승수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BTS의 경우 ARMY 라는 강력한 '글로벌' 팬덤이 SNS를 타고 네트워크 승수효과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또 엄청난 보상을 받으려면 제공하는 상품이 쉽게 재생산 가능해야 합니다(디지털 음원이라는 디지털 콘텐츠 형태가 SNS 플랫폼을 거쳐 전세계로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댄스커버 영상 및 리액션 영상들은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확대 재생산하게 되었죠). 자기 분야에서 군림하는 인물들은 지명도가 떨어지는 다른 경쟁자들이 청중에게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위축시킵니다. 이래서 부익부 빈익빈 같은 부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는 성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말로 함축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슈퍼스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 있는 이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마인드셋을 가지면 슈퍼스타의 후광효과에 의한 절망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들과 동등하게 겨룰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경쟁에 임한다면, 성공 확률은 보다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CEO와 팝스타, 대기업들이 성과에 비해 업청난 보상을 받는 골리앗의 시대에 우리는 이 세상의 다윗들도 여전히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슈퍼스타도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며, 그들의 추문은 쌓아올린 명성을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사례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높이 나는 새는 추락할 때 더 큰 타격을 입기 마련입니다.



제3공식: 과거의 성공 X 적합성 = 미래의 성공

과거의 성공 경험이 적합성과 만나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한다.


저자는'우선적 애착(Preferential attachment)'이라는 개념을 언급합니다. 이는 성공적으로 보이는 프로젝트가 성공을 유인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은 지식을 낳고, 기술은 기술을 낳으며, 전문성은 전문성을 낳아 이를 성공으로 이끌고 또 다른 성공을 낳게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우선적 애착은 시간이 갈수록 격차를 벌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세상이 코카콜라 같은 1등 브랜드만 기억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일단 한 번 대중의 인식에 각인이 되면 '사회적 입증(Social proof)' 효과에 의하여 편향적인(biased) 기제가 발동한다는 것입니다.


눈에 띄지 않고 일찍 서두르는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성패에 놀라울 만큼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기에 앞서 누군가가 등록한 초기 평가는 성공에 시동을 거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최초의 호평은 성공에 필수적이지만, 최초의 혹평이 반드시 더 많은 혹평을 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우선적 애착은 선한 영향력으로, 사악한 의도로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의 창작물을 칭찬한 이들이 칭찬을 공개적으로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 지지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초기에 지원을 더 많이 받을수록 사실상 성공이 보장되게 됩니다. 우리는 각광받지 못하는 프로젝트보다는 우리의 연결망에 포착되는 슈퍼스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규 브랜드들이 인지도 강화를 위해 비싼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한편, 유명 저자들이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가명을 써서 추천글을 다는 행위(Sockpuppeting)도 횡행합니다. 요즘에는 댓글 알바와 같이 산업화되어 있기도 하죠. 경쟁 여건을 공평하게 만들려면, 초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인정해주고 칭찬할 방법을 모색해 성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시동을 걸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스타트업계에서의 VC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칩니다.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에서의 밀어주기도 프로젝트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아주 드물게 탁월한 적합성(아이폰 같은 제품)이 사회적 영향력을 무산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탁월한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서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면 적대적인 사회적 영향을 극복하고 승리해 정상에 우뚝 선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앞서 살펴 본 우선적 애착은 상품의 적합성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젊지만 놀라운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인 기업들은 그들이 독특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으로 무명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클럽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적합성(Fitness)이란 똑같은 구매자, 청중, 매니아들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상품들을 능가하는, 특정 상품이 지닌 내재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성공의 제3공식 모델에 따르면, 두 제품의 지명도가 동일할 때 적합성의 차이만으로 누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지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적합성의 차이(품질 인식)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비슷한 품질의 여러 가지 선택지가 놓일 경우 사람들은 군중이 선호하는 쪽으로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결국 인기도와 탁월함은 얽히고설켜 서로 상대방의 진가를 가리게 되죠. 바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평가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평가 결과가 그 상품의 진정한 적합성을 반영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다양한 외부효과에 의해 희석되는 것이죠. 사회적 영향이 발동한다는 표현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군중의 행동에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하고 적합성을 측정하는 척도를 정교하게 다듬음으로써, 또는 적합성을 인기도와 분리해냄으로써 시장은 집단지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최고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가 항상 정상에 오르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다양한 평가/분석지표를 개발하여 운영에 활용하는 데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성공의 제3공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에 있어 우리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서 군중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직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직원들에게 독자적으로 판단하도록 권장할 것(중요한 사안이라면 이메일로 비밀투표를 하도록 유도할 것), 장기적인 성공은 적합성만으로 결정된다는 것(적자생존).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성공을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있어 '사치품'이라는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상품, 사람, 아이디어가 그 가치를 증명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공을 위해 '집단 역학'을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제4공식: 다양성 + 균형 + 리더십 = 팀 성공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 한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은 관행과 혁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흥행을 달성하려면 작곡가, 작사가, 극작가, 안무가, 감독, 제작자와 같이 협업하는 사람들이 잘 꾸려져야 하죠. 서구권의 플랫폼 기업들이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이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참내기와 경력자, 끈끈한 우정과 처음으로 협업하는 소원한 관계 같은 '다양성'은 팀이 성공하는 데 필수조건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양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끈끈한 결속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팀이 성공하려면 지도자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깃허브 프로젝트 처럼 지도자 한 사람의 역할이 클수록 프로젝트는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팀의 성공에 중요한 요인은 팀원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첫째, 집단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감정적인 단서를 읽는 능력이 평균보다 높은 팀이 좋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둘째, 몇몇 사람이 대화를 장악한 집단은 구성원들이 골고루 의견을 표명한 집단보다 집단지능이 낮았습니다. 셋째, 여성 구성원이 포함된 팀이 훨씬 높은 집단지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개개인의 능력의 합이 팀의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자연과 균형, 다양성의 철학이 담겨 있는 애플 신사옥 <애플 파크>


팀이 성공하려면 균형과 다양성이 필요하지만, 지도자 역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팀에서 믿음직한 사람이 주도하게 하고 그 지도자 주위를 둘러싼 지원팀을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견해들이 표면화되도록 장려하고, 서로 신뢰를 쌓고 골고루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플의 신사옥 '애플 파크'를 설계한 의도를 보면 이러한 관점이 잘 녹아 있다는 것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팀 구성원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고 창의력이 꽃필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지요. 최고의 성과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통 방식에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팀의 성과는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요? 논공행상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 등장합니다. 팀워크에 대한 논공행상은 성과가 아니라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이는 성공이 '우리의 성과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보여주는 집단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재차 보여줍니다. 즉 청중과 동료들은 우리가 한 일과 협력자들이 생산해 낸 성과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논공행상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성공하려면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논공행상은 성공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 목격되는 현상과 똑같은 부익부 현상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주요 업적의 공을 단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면 마냥 변두리에서 보조 역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적 애착에 시동을 걸어 자신의 공으로 돌릴 만한 업적을 쌓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그늘에서 너무 오랜 세월을 보내면 자기 업적이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탁월한 업적을 지닌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2인자가 독립하거나, 조직 내에서 제대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따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죠.


성공의 제4공식은 논공행상이 성과가 아니라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누구에게 공이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편견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공을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쟁취해야 합니다. 이렇게 논공행상 처럼 인간의 본성을 관장하는 원리들을 모르면, 우리가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들이 몽땅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얽히고설켜 있는 폭넓고 유동적인 사회관계망이 우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합니다.



제5공식: Q-요인 X 끈기 X 노력 = 장기적 성공

부단히 노력하면 성공은 언제든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드디어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성공의 공식입니다. 저는 이 공식이 앞서 설명한 공식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저명한 과학자들이 20, 30대 시절에 큰 성과를 거두어 명성을 누리는 이유는 그들의 '생산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더 자주 시도하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남이 알아주지 않거나 실패해도 굴하지 않고 끊임 없이 시도합니다. 즉 복권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끊임 없이 세상에 내놓는 한 언젠가 대박이 터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혁신 자체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높은 품질의 지속적인 생산성이니까요.


공식에 등장하는 Q-요인(Q-Factor)은 아이디어의 가치를 포착하여 발견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우리의 경력 생애 전반에 걸쳐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우리의 노력으로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천부적인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같은 특출난 사람들은 모두를 굽어볼 만큼 높은 Q-요인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이 쌓은 업적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입니다.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은 아이디어로 작업할 때 조차 말입니다.


여러분이 궁합에 맞는 일을 찾으면, 이제 할 일은 딱 한가지만 남게 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성공을 운에 맡기지 않는 것.


우리의 꿈과 궁합이 맞는 직업을 찾아내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대로 성공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성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락하며, 모든 것은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관심에서 멀어지는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의 피해자가 됩니다. 과거의 영광은 눈송이처럼 녹아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람은 유통기한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장기간 성공하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Q-요인을 작동시켜 품질 높은 결과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쉬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끊임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적합성 높은 상품을 꾸준히 생산합니다. 미국의 페이팔 마피아, 테슬라 마피아로 불리는 연쇄창업가들의 사례를 보세요.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실리콘 밸리라는 창업 생태계 네트워크 역시 이들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죠. 이들은 탁월한 Q-요인 덕분에, 그리고 끊임 없이 자신의 운을 시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녔기 때문에 업계의 거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기사회생이란 무엇인지 그 존재 자체로 보여주는 역주행 아이돌 <브레이브걸스>


이를 방증하는 한 가지 재미 있는 사례가 최근 인기가 급등한 '브레이브걸스(이하 브브걸)'의 역주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들의 대표곡 롤린(Rollin')은 음악차트 1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습니다. 과거 EXID의 재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센세이셔널 한 수준입니다. 최근 흥행중인 브브걸의 사례를 살펴보다 보니,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성공의 제5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1) Q-요인


국내에는 수많은 걸그룹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게 경합중이죠. 이 작은 국내 음악시장에서 말입니다. 소속사의 시스템과 연습생들의 개인적인 역량 차이가 있겠지만 소속사별 인지도 및 컨셉 차이 정도만 있을 뿐, 메이저 기업이라면 소속 가수들의 기량은 Peer 그룹 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아이돌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을 계기로 팬덤을 형성하여 이를 네트워크 속에서 확대재생산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수준급의 퍼포먼스와 곡의 훌륭함은 필수입니다(개인적으로 걸그룹 '드림캐쳐'를 주목하고 있는데 왜 안 뜨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퍼포먼스도 좋고 곡의 구성도 훌륭한데 말이죠). 같은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브브걸의 퍼포먼스는 BTS 같은 수준의 훌륭한 퍼포먼스라고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3대 기획사의 평균적인 걸그룹 수준의 퍼포먼스입니다. 팬덤에 어필할 수 있는 외모 역시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혀 문제될 게 없으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2) 끈기


브레이브걸스라는 팀명에서도 드러나듯이 작곡가 '용감한형제(이하 용형)'이 프로듀싱한 걸그룹입니다. 2011년 데뷔했으니 햇수로 따지면 10년차 걸그룹이죠. 브브걸 멤버들은 물론이고 용형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 것인지 짐작케 하는 세월입니다. 그동안 멤버구성도 2016년 재정비하여 현재는 2기 멤버들입니다. 히트곡 제조기로 유명했던 용형이 프로듀싱한다는 면에서 잠시 반짝 주목을 받았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긴 세월 동안 변화를 시도하고 꾸준히 활동하며 상품-시장 적합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팬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는 점 역시 긍정적입니다.


브브걸의 기사회생을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이들이 '언더독'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영웅이 온갖 고초를 겪어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한다'는 플롯은 계승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해체 직전의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급부상한 걸그룹이라는 서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죠. 부익부 빈익빈, 고위 공직자들의 내로남불식 투기 등이 연일 보도되는 지금, 평균 나이대가 높고 오랜 시간동안 바닥을 다져온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현재를 비추어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들의 스토리가 지금의 인기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않을까요?


3) 노력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팬덤을 형성한 것이 '군부대'라는 점입니다. 밀보드(밀리터리 빌보드)라는 폐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얻은 인기가 지금에 와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브브걸이 군심을 홀리게 된 것은 2017년부터 전국에 있는 군부대를 쉴새 없이 돌며 활동한 '위문열차' 공연투어(?)였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이들의 공연영상을 찾아보면 우렁찬 함성소리를 코러스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군통령 아이돌이었던 것이죠. 몇 년 전부터 군부대에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진 것 역시 이들의 네트워크 확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무대에서의 잦은 노출과 한결 같은 일관성으로 자신들의 커리어 입지를 쌓아왔다는 점이 지금의 고평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까도까도 괴담만 나오는 누군가와는 다르게 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점 역시 이들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 바탕이 되었죠. 아이돌 학폭 및 인성 논란이 대두되는 요즘 인성이 바른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로 대세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이들의 역주행 트리거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밈(Meme) 문화에 편승해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타고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것이죠. 이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늘날에 있어 성공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네트워크에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틱톡 같은 SNS 플랫폼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브브걸의 사례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타고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사고나 행위에 플랫폼이 관장하는 알고리즘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리뷰할 <소셜 딜레마>,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더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성공이라는 것의 실체를 네트워크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책, <포뮬러>의 리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이 워낙에 좋아서 중요한 부분만 요약했음에도 이 정도의 분량이 되었네요. 책 속에서는 성공의 다섯 가지 공식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사례들이 담겨 있으니 시간 내어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특히 말미에 나오는 아인슈타인이 명성을 얻은 계기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긴 저는, 성공이라는 것의 본질을 눈 앞에서 목도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인생의 경로에서 겪어온 실패와 성공, 그리고 앞으로 나의 성공을 위해 달성해야 할 목표들을 다시 생각해보았죠. 이는 내가 처한 현실과 나를 둘러 싼 환경 속에서 성공의 확률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궁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이 지닌 자질을 바탕으로 부단히 노력해서 성과를 내고, 다른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더 큰 목표에 기여하며 이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알아주겠지'가 아니라 보다 스마트하게, 성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경로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조직 생활은 물론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성공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성취 뿐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 싼 이 사회와 함께 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이 말입니다. 저자 역시 에필로그에서 이러한 성공의 공식들을 활용해 우리 주변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공의 다섯 가지 기본 공식들을 개인과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에 공히 활용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언급하며 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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