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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Apr 30. 2019

팔고 싶은 공간, 팔고 싶은 기획

"그 책, 어떻게 기획했어요? 01"

"아직까지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실감이 잘 안 나요. 책으로 내고 싶은 주제가 있더라도 그걸 누가 쓰면 좋을지, 저자로 적합한 분을 찾았다 해도 그분이 책을 쓴다고 하실지...무엇보다 이런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걸까요?"


얼마 전 입사한 직원의 질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면접에 오신 지원자분들도 '기획'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회사에 국내 기획물이 많아서일까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출간한 38종 가운데 7종을 뺀 전부가 내서. 심지어 올해는 외서가 한 권도 없는 놀라운 일정을 앞두고 있네요.  

그래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책 기획,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오늘은 그 시리즈의 시작으로, 저희 책을 읽고 다음 책을 기획한 케이스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물론 시리즈라 부를 만큼 계속 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18년 여름 <기획은 패턴이다> (가지와라 후미오/이바 다카시 지음)라는 외서를 출간했습니다. 올해 4월에 오픈한 무지호텔 긴자를 기획, 설계한 UDS사의 가지와라 후미오 대표와 게이오 대학의 이바 다카시 교수가 쓴 책인데요. '공간디자인으로 배우는 기획의 비결'이 메인 컨셉이었습니다. 기획에 대해서만 썼다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 텐데, 저자가 실제 설계하고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들을 사례로 풀어내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얼마 전 3쇄를 찍었으니 스테디셀러의 문 앞까지는 간 셈이네요!)


감수를 맡아주신 두 교수님과 UDS 코리아의 도움 덕분에 책은 순조롭게 출간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다면 북토크 등 책을 홍보하는 과정을 거치며 끌리는 '공간'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UDS는 무지호텔 긴자 외에도 안테룸 교토, 도쿄의 클라스카 호텔, 키자니아 도쿄, 무지호텔 베이징 등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회사입니다. "공간의 모든 요소에 기획 철학을 담는다"는 가지와라 후미오 대표의 글을 읽으며, 오프라인 공간의 가능성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우연히 이승윤 교수님과 공간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건국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이 교수님은 SNS, 디지털 마케팅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낸 저자인데요. 디지털 문화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평소 흥미로운 공간들을 돌아다니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일수록 새로운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봐야 한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동적으로 가지와라 후미오 대표를 떠올렸습니다. 


"카페를 디자인해주세요"라는 의뢰를 받으면 저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카페를 만들 수 없을까?', '그 카페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등을 먼저 생각합니다. - <기획은 패턴이다> 


"과거의 공간이 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물리적인 장소에 그쳤다면, 디지털 전환 시대의 공간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고객에게 경험을 주는 장소'로 재정의되었다. - <공간은 경험이다>


이렇게 공간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기획의 시작은 대체로  "우리가 관심 있는 주제라면 독자들도 좋아할 거야."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하는 시대에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이것만큼 강한 에너지가 되는 기획력이 있을까요? 


두 권의 책을 잇는 또 다른 연결고리는 바로 경험입니다. 각각의 책이 다루는 경험의 결은 미묘하게 다를지 몰라도 결국에는 맞닿아 있습니다. 고객 경험과 브랜드 경험 모두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고, 오늘날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니까요. 

 

공간이라 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디자인 이상을 의미합니다. 그 공간에서의 '체험' 역시 풍요로움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기획은 패턴이다>
다양한 잡화를 판매하는 무지와 코에(Koe) 등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매장이 아니라 호텔을 열기 시박했다. 렉서스는 자동차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선보였으며, 찾기 힘든 비밀스러운 곳에 매장을 낸 브랜드도 늘어났다. - <공간은 경험이다>


책의 소재뿐 아니라 제목을 지을 때도 <기획은 패턴이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획은 패턴이다>에는 기획에 응용 가능한 패턴이 단계별로 수록되어 있는데요. 제목을 지을 때는 '한마디로 표현하기'라는 패턴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 기획안이 추구하는 가치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획의 셀링포인트를 검토해서 추려낸다. 


고심 끝에(?) 저희가 생각한 포인트는 공간과 경험이었습니다. '기획은 OO이다', '공간은 OO이다'처럼 정의하는 식으로 포인트를 뽑았습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 디젤(Diesel)은 도쿄 시부야에서‘ 글로리어스 체인 카페(Glorious Chain Café)’를 운영한다.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광고로 유명한 디젤은 커피나 디저트보다는 와인과 스낵을 파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주점이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디젤은 청바지 브랜드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고객의 삶에 영감을 주는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 한다. 디젤의 이런 야심이 글로리어스 체인 카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디젤의 또 다른 야심작은 바로 아트 갤러리다. 디젤은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지하에 갤러리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이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다. - <공간은 경험이다>


책을 기획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기획자의 욕심이 지나치거나 방향이 잘못되면 책을 만들기 어려워지거든요. 저자도 덩달아 힘이 들어가고 책을 파는 일은 더더욱 힘겨워집니다. '공간과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품은 두 권의 책을 다시 들여다보며,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어쩌면 기획의 실마리를 찾을 수있지 않을까요? 


기획을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기획안을 다시 점검 혹은 정리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경험과 끌리는 공간의 가치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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