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조영태 교수의 베트남 이야기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저자이자 인구학자인 서울대 조영태 교수가 들려주는 베트남 이야기입니다.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베트남에는 과연 어떤 시장의 기회가 존재할까요?
베트남 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일절 예외 없이 ‘하노이, 호치민’을 말한다. 한 군데 더한다면 관광지 ‘다낭’ 정도일까. 실제로 사업구상을 하러 베트남에 가는 한국인들 대부분 이 세 지역을 간다. 베트남 정부 인구국에 자문을 하게 되면서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이 조언을 구할 때가 더러 있는데, 이들 기업에 물어보면 관심 있는 곳으로 백이면 백 하노이나 호치민을 꼽는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은 교육업체가 내게 자문을 구하러 온 적이 있다. 비교적 낮은 비용에 학습을 돕는 업체로, 베트남에 진출하려고 하노이에도 가보고 호치민에도 가서 얼마나 가능성 있는 시장인지 나름대로 사전조사를 많이 하고 온 터였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자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에 과외수업을 하더라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이미 꽤 높아져 있어서 과외를 할 정도이니 자신들이 진출해서 가능성이 있을지 고민하며 내게 온 것이다.
미리 이만큼 사전조사를 했다면 꽤 성실히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분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하노이, 호치민, 다낭에 전체 베트남 인구의 몇 퍼센트가 사는지 혹시 아세요?”
여러분은 아시는가? 하노이, 호치민, 다낭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다. 전체 베트남 인구 9500만 명 가운데 약 18%에 불과하다. 다른 인구는 다 다른 지역에 산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구가 크므로 시장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기업이 사실은 18%의 인구만을 생각하면서 뛰어들려 하는 것이다.
나는 기업들에게 산간도시, 농촌지역에 주목하라고 당부하곤 한다. 현재 베트남 인구의 65%가 농업이 종사하고 있으며,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도 베트남의 농촌인구는 여전히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농촌의 적막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농촌인구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농촌이 공동화되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베트남 농촌지역은 지금도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베트남의 기회는 도시 못지않게 농촌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베트남은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으로 교육과 건강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신생아 건강검진을 실시하려 하는데, 그러려면 검사용 키트가 필요하다. 베트남 정부에서 한국의 기업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해당 기업이 시장조사차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 기업을 데리고 담당공무원이 찾은 곳은 중북부의 낙후된 농촌지역이었다. 그곳의 국립병원에서부터 신생아 검진을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허름한 지방병원에 데려갔으니 그 기업은 처음엔 당황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1년에 4만 명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가 35만 명도 되지 않고, 그 기업이 제공하는 검진키트는 많아야 5만 개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이 지역 한 곳에서만 4만 개를 팔 수 있다. 그뿐인가, 그곳을 시작으로 점점 지역을 늘려가면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눈치 채셨을 것이다.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곳에 들어가려고 괜한 고생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농촌지역이나 중소도시를 공략하는 것이 훨씬 실속 있다. 말이 중소도시지, 규모로 치면 우리나라 대도시 못지않은 곳들이다. 타인호와(Thanh Hoa)라는 지역에는 360만 명이 산다. 우리나라의 부산만 한 규모다. 호치민의 고향 응에안(Nghe An) 지역에도 313만 명의 인구가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이 높지 않다. 나를 찾아온 그 교육업체는 이런 곳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호치민을 보면 사업이 어렵겠지만 이런 도시에는 딱이다. 베트남은 우리가 생각하는 하노이와 호치민 이상이다. 그곳에서 진짜 기회를 찾아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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