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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n 07. 2019

이케아는 어떻게 '식품 회사'가 됐을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유럽의 브랜드 이야기

'키워드는 라이프스타일이다'였습니다. 당시 손님들은 패션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게 브랜드인 것이죠. 그게 1983년의 일입니다. 스즈야는 패션회사였기 때문에 독립하게 됐죠. 그렇다고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손님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죠.

- 매거진 <B> 츠타야 '마쓰다 무네아키 인터뷰' 중에서.


기획회사 CCC의 대표 마쓰다 무네아키는 츠타야를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츠타야뿐인가. 요가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룰루레몬 역시 요가복이 아닌 요가문화를 팔며, 파란병의 블루보틀 역시 한 잔의 커피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한다.




유럽에도 라이프스타일을 차별화된 가치로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이케아이다. 이케아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세계 최대 가구회사로, 북유럽 스타일의 DIY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세계적

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를 그저 가구회사로만 인식하는 듯한데, 아케아는 가구회사인 동시에 상당한 규모의 식품 유통업체다. 창업주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배고픈 고객에게는 물건 팔기가 어렵다며 1956년 이케아의 첫 번째 매장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든든히 배를 채우고 쇼핑하거나 쇼핑을 다 마치고 레스토랑에 들러 식사하고 돌아갈 수 있게끔 한 이케아의 배려이자, 추가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사업전략이었다. 예상대로 이케아 레스토랑은 큰 인기를 끌어 음식뿐 아니라 식료품도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전체 방문객 중 약 30%가 가구 구매가 아닌 식사 또는 식료품 구매만을 위해 매장을 찾을 정도로 이케아의 식품 유통사업은 크게 성장했다.


식품 유통업체로서 이케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구와 마찬가지로 먹거리 판매 역시 라이프스타일의 일환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케아가 식품 유통사업에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하는 유일한 업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케아의 식료품 사업이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가구사업을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식품사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케아가 식료품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그 유명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 이케아의 식품에도 예외 없이 묻어난다. 이케아는 미트볼, 연어구이, 샐러드 등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소박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북유럽 문화와 라이

프스타일을 동경하는 전 세계 많은 소비자들이 이케아 가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이케아의 음식을 좋아하며, 이케아 매장에 들러 가구뿐 아니라 식료품도 구매한다. 요컨대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이케아의 경쟁력인 셈이다.


둘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해 적절히 반영한다. 과거 이케아는 맛있는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단순한 전략을 썼다. 하지만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맛과 가격뿐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 건강, 환경, 동물복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소비자의 달라진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인식한 이케아는 판매하는 식품에도 변화를 주었다. 현재 이케아는 친환경, 공정무역 및 동물복지 준수 등의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식품만을 판매한다.


셋째, 라이프스타일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 스페이스텐Space 10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이케아의 연구기관이다. 특이한 점은 이케아가 스웨덴 기업임에도 이 연구소는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에 있다는 것이다. 코펜하겐이 디자인, 패션, 식문화, 음악 등 북유럽 문화의 중심지이자 앞에서도 다뤘듯이 유럽 내에서도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텐은 식품, 인터페이스, 공유공간, 디지털 제조 등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된 4가지 영역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단순히 돈이 되는 상업적 연구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예측하고, 지속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공간이며 이를 위해 IT, 디자인,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이케아가 식품 유통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맛있거나 저렴해서가 아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북유럽이라는 특정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점,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사업방식을 유연하게 바꾸어 왔다는 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추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예측하고 한발 앞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자 노력해왔다는 데 있다. - <마케터의 여행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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