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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n 21. 2019

디테일이 모여 스케일을 만듭니다.

<사장의 마음>  김일도 저자 인터뷰 



골목식당, 백종원 유튜브..요즘처럼 장사가 화제가 되는 때가 또 있을까?

50대에게는 물러설 곳 없는 제2의 창업, 20대에게는 인생의 첫 시험대가 될 창업. 

각기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목표는 같은 예비 사장님들을 위해, <사장의 마음> 김일도 저자로부터 장사를 잘하는 팁에 대해 들어보았다. 과연 우리 가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작은 사치’를 드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내’가 누구인지 늘 놓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 사장
곱창집은 부추무침으로도 승부가 갈리더라고요     



1.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는 말이 있듯, 작은 배려 혹은 성의 있는 행동 하나가 장사의 결과를 바꾸기도 합니다. 장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디테일 3가지를 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맞은편 곱창집보다 우리 곱창이 훨씬 맛있는데, 그 집이 더 장사가 잘되는 거예요. 그런데 어떤 손님이 ‘여기는 부추무침을 안 주잖아요!’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때와 장소에 맞춰 손님들이 원하는 걸 알맞게 내줘야 한다는 걸 이때 알았죠.

사소한 요소까지 일정하게 맞추는 일도 중요해요. 식재료가 계절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 오는 날 매장 음악소리가 어떤지, 온도나 습도에 따라 요리는 어떻게 조절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무엇보다도 ‘적절함’이 중요합니다. 음식점은 한 끼 식사에 얼마나 적절히 힘을 주느냐에서 승부가 나거든요. 대중음식점을 하려면 맛도 맛이지만 ‘이 정도 가격, 이 정도의 음식이라면 한 끼 식사를 하고 갈 수 있겠다’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해요. 너무 힘을 주면 오히려 부담만 느끼죠.     


2.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장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지만, 실무적인 조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이스트빌리지서울은 테이블에 앉았을 때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메뉴판에 신경 썼어요. 일도씨찜닭은 식사 전 아뮤즈부쉬로 ‘프렌치하게 표현한 찜닭’ 컨셉을 전달하려고 했고요. 

눈길을 끌거나 발길을 멈추게 하려면 구구절절 늘어놓기보다 한두 가지 핵심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란한 현수막을 여기저기 걸기보단 짧고 굵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손님들이 찾아오는 거죠. 그러니까 딱 두어 가지 정도만 임팩트를 주면 돼요. 그러려면 수도 없이 지우고 다시 그리고 또 비워 본 다음, 마지막에 남은 것만 갖고 가야 합니다.     


3. 책에서 매장의 ‘온기’를 이야기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구색 조명’을 씁니다. 흰색 조명에 비해 덜 사실적이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조명이에요. 펜던트 조명이나 스포트라이트 조명으로 매장 밝기도 조절하고요. 광량과 색이 손님들이 느끼는 포근함에 영향을 주거든요. 

그런데 이걸로 다 되는 건 아니에요. 잘되는 가게에는 온기가 있는데, 그건 결국 사장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이 매장 식구들에게 온기를 전해줘야 손님들도 따뜻함을 느끼고, 매장에도 보이지 않는 따뜻함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오토’로 돌아가는 매장과 사장이 늘 신경 쓰는 매장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온기를 가진 주인장이 포근함을 가게에, 손님에게 직접 전해 주니까요.      


4. 장사에서 브랜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골목길 상권에도 브랜딩이 필요할까요? 일도씨패밀리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일도씨패밀리의 마케팅 기법이나 브랜딩 노하우를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하면 색깔 확실한 브랜드가 된다’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당은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가는 이야기가 쌓이는 공간이에요. 결국 손님을 오게 만드는 건 사람과 서비스더라고요. 손님이 ‘이 가게가 있어서 정말 좋다’, ‘문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으면 그 자체가 매출 몇백억보다 값어치 있는 브랜딩이죠. 

‘일도씨패밀리’를 말해 보자면, 저는 스스로를 대중음식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가족 손님 중에는 부모님은 거의 안 드시고 아이들 먹는 모습만 바라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계산할 때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지폐를 꺼내시죠. 그걸 보면서 가성비 좋은 대중음식점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손님들에게 가격은 합리적이고 양은 넉넉하면서도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사치’를 드리고 싶어요. 그 따뜻함이 결국 ‘일도씨패밀리’의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5. 사장님이라면 누구나 신경 쓰이는 게 매출일 텐데요. 적정매출 계산법이 궁금합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임대료×10’입니다. 임대료가 100만 원이라면 1000만 원 정도가 적정매출이 되는 거죠. 임대료는 보통 입지 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낸 거거든요. 100만 원이라면 100만 원, 1000만 원이라면 1000만 원 값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직원 총 급여의 4배’입니다. 직원이 한 명이고 급여가 250만 원이라면 1000만 원이 적정매출입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매출의 10~15%, 인건비는 20~25%, 재료비는 25~35%, 공과금을 4~7% 정도로 잡아요. 당연히 부가세나 감가상각비, 자잘한 비용도 계산해야 하고요. 이걸 다 뺀 금액이 이윤이에요. 일반적으로 10~15%라고 보시면 됩니다.     


6. 자동화, 자율화를 추진하는 매장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방식의 차별화를 고민하고 계신가요?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외식업도 최대한 서비스를 줄이려고 하는 추세예요. 하지만 ‘웰컴’조차 없는 무인결제 시스템과 셀프서비스로는 손님을 다시 오게 하기 힘듭니다. 손님과 마주할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늘려서 감동을 줄 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거든요. 앞접시 한 번 갈아주고 모자란 반찬 채워주면서 조금씩 유효타를 쌓아야 하죠. 이런 유효타가 결국 단골을 만들어요.

그래서 장사구조를 조금 바꿔서, 몇 회전 돌리느냐보다는 회전수는 줄이고 테이블 당 매출을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덜 힘들고 인원이 많지 않아도 되거든요. 가격은 좀 올라가겠지만, 가성비의 개념이 ‘적절한’ 가격에 고품질을 뽑아내는 것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만족을 드릴 수 있다고 봅니다.      


7. 예비 사장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장은 모든 걸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재무, 노무, 마케팅, 메뉴개발, 인사관리에 나중에는 목공, 수도, 전기까지 꿰게 될 정도예요. 늘 매장을 점검하고 전략을 수정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있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결정하다 보면, 듣는 사람이 되었다가 악역이 되었다가 멘토가 되었다가 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뭐든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나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나’로 돌아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나’로 돌아와서 내 마음을 지켜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내 가게를 내가 꾸려갈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어디로 나아가려고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늘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음식점은 손님들이 기대하는 '적당함'을 잘 파악하고
손님이 지불한 가격에 비해 높은 퀄리티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만족도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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