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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l 02. 2019

LG생활건강이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3가지 비결

홍성태 교수가 밝히는 '차석용 이펙트' <그로잉 업> 

중국은 누구나 탐내는 거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고 해서 ‘내 제품을 사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안일한 예측은 금물. 실제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인구와 성장률만 믿고 중국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봤다.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LG생활건강의 전략은 저성장 시대 해외진출을 위한 좋은 선례다. 15년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반토막났을 때조차 매출 3조 3111억 원, 영업이익 6361억 원을 내며 꾸준히 성장했다. 모두 위기를 맞았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 중국시장도 한국시장처럼,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고들어라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어떤 채널에서 팔지, 생산기준을 어떻게 맞출지 등 사소한 것에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 진출에 나선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은 “부산시장, 광주시장이라 하듯이 중국시장도 해외시장이 아니라 한국의 시장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자”고 주문했다. 피상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파악하라는 것이다. 

중국시장에서는 인건비가 싸서 빨래와 청소는 고용인에게 시키기 때문에 세제는 고급을 쓰지 않지만 샴푸나 화장품은 고가 제품을 사용한다. 따라서 화장품 시장은 반드시 럭셔리로 공략해야 했다. 

사용감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오일감이 많은 ‘리치’한 화장품을 좋아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좀 더 가벼운 느낌을 좋아한다. 한국 럭셔리 화장품은 주로 40대 이상이 소비하지만 중국은 백화점 고객의 절반 이상이 25~35세이기 때문이다. 

홍보전략은 우리나라의 셀럽에 해당하는 ‘왕홍’을 공략했고, 채널은 백화점에 집중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에 맞게 패키지에도 호박색, 붉은색을 썼으며, ‘무형문화재 13호 박귀례 나전칠기장의 나전함에 담긴 환유’등 고급화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국경절에 내놓은 1억 원짜리 세트를 그 자리에서 완판시킬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2. 중국 소비자들이 원한 것은 럭셔리 브랜드 

그런데 왜 럭셔리였을까? 명동 로드샵에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지어 찾아올 정도로 중저가 화장품이 잘 나갔는데 말이다. 심지어 이니스프리는 중국 현지 매장에서 매출 1조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처음부터 럭셔리 브랜드 ‘후’에 집중했다. 중저가 화장품은 머지않아 현지 로컬 기업에게 따라잡힐 거라고 내다봤기 때문. 실제로 현재 중국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로컬 브랜드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품질 또한 콜마와 코스맥스 등 제조업체의 도움을 받아 큰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은 외국 브랜드는 럭셔리뿐이다.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모든 요소가 소비자에게 열망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벤츠보다 BMW를 선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LG생활건강이 럭셔리 브랜드 ‘후’를 고집하면서 ‘왕후의 화장품’이미지를 공들여 구축한 이유다. 그 때문에 LG생활건강에서는 잡지에 기사가 실릴 때에도 함께 소개되는 제품이 저가이면 차라리 빼거나 다른 럭셔리 제품을 포함하는 등, 브랜드에 손상이 갈 만한 요소는 모두 제거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중국 판매채널을 백화점에 집중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3. 중국에서 먹힐 수 있는 유통채널을 찾다

면세점 전략은 중국 현지 백화점 입점 전략과는 조금 달랐다.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다이궁(代工)이라고 불리는 보따리상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다. 다이궁이 사간 제품들은 백화점·전문점이 아니라 타오바오나 중국의 3~4선 도시에서 유통된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면세점과 방문판매 루트가 끊기면서, 중국 실수요자들은 백화점 외에는 한국의 럭셔리 화장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다이궁을 통한 구매는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관리전략에 맞는 것은 아니다. LG생활건강의 경쟁자 아모레퍼시픽은 주력브랜드 ‘설화수’에 대해 면세점에 구매제한을 두어 다이궁들의 대량구매를 막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자사 1등 브랜드 ‘후’에 아무런 구매제한을 두지 않았다. 

잡지 기사까지도 철저히 관리하는 LG생활건강에서 왜 이런 방법을 용인했을까? 바로 수요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공급해야 한다는 철칙 때문이다. 사드 사태 때문에 다이궁을 통한 구매가 막히자, 차 부회장은 유통채널 점검에 나섰다. 면세점을 통해 제품을 받아서 판매하던 사람들과 직접 연결해 보기로 한 것이다. 중국법인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판매자들을 일일이 찾아냈고, 거래선을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사드 사태를 거치면서 ‘후’는 선발주자 설화수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고, 중국의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계속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마켓 진출에도 철저히 신경 쓰고 있는데, 잘나갈 때 다음 주자를 준비시키는 철저함에 비유할 수 있겠다.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패키징 디자인이나 모델, 디스플레이 등까지 표준화되어야만 판매가 용이하다. 각국마다 다른 규제도 신경 써야 한다. 


LG생건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브랜드가 ‘빌리프’다. 빌리프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온 약재인 ‘허브’를 컨셉으로 하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며, 유통에서도 화장품 리테일 스토어 세포라와 협업해 미국 400여 개 매장에 모두 입점시키는 등 기반을 다졌다. 

색조화장도 점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바비브라운이나 맥 같은 전통적인 강자보다는 셀럽들이 만든 인디브랜드들이 뜨면서 럭셔리로 진입하는 추세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아예 자회사를 만들어 이런 인디브랜드를 키워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다. 소규모 창업가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400억~500억 정도로 키운 후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에 파는 것이다. LG생활건강 또한 2011년에 보브를 인수하고 VDL 브랜드를 만들어 미국시장에 나서는 등 시장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VDL은 론칭 당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이거 수입브랜드예요?”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다. 한 마디로,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여 다음 주자를 만들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LG생활건강은 뷰티시장을 화장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줄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략을 한 번에 다 짜놓고 이대로 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략은 집행과정을 통해 천천히 진화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또한 컨셉과 목표를 확실히 잡되, 변화하는 시장에 따라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으면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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