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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l 18. 2019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포기하는 용기>

누구에게나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 얼마나 가라앉는지, 어떻게 이겨낼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혼자 찬찬히 들여다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도 있겠죠. 전문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상담소 문턱이 너무 높게만 느껴지신다면 여기, 내담자들과 정신분석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승욱 정신분석가는 《포기하는 용기》를 통해 ‘당신이 포기 못하는 그것이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고 묻습니다. 
올바른 포기는 나의 항해를 수월하게 해줍니다. 물론 뭐든 내던지라는 건 아니죠. 포기가 힘을 발휘하려면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포기가 필요할까요.     



1. ‘인정받기’를 포기하기


조용하고 자기주장도 없고 주위 사람들을 살펴서 말하기도 전에 먼저 도와주는 여성이 자기 성격이 답답하다며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5살 무렵 “우리 딸은 혼자서도 조용히 잘 노네, 덕분에 엄마가 편하네”라는 칭찬을 들었다고 합니다. 형제자매가 여섯이나 되어 엄마의 손길을 얻기 힘들었던 그녀는 ‘나는 혼자 잘 놀아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타인을 과도하게 배려하는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믿음을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아기의 첫말이 ‘엄마’ 등 타자라는 사실부터가 그렇죠. 나를 인지하려면 타자가 있어야 하고, 타자가 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인정욕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나’를 존재인정의 주체로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누가 뭐라건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이거 해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건을 만드는 거죠. 사소한 거라도 좋습니다. 내 기준이기만 하다면요.     


2. ‘영향 미치기를 그만두기


아들과의 불화로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는 “당신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돼, 엄마 없으면 안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엄마가 돌봐줄 필요 없어요”라는 말은 상상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했죠. 말하자면 ‘내가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내 정체성을 ‘역할’로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먼저 우리가 ‘역할’의 총집체가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할은 우리가 이런저런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일 뿐, 인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대학 졸업생이 아니어도 나일 수 있는가?” “나는 ○○의 사원이 아니어도 나일 수 있는가?” “나는 딸/아들이 아니어도 나일 수 있는가?”의 질문을 던지면서, 정체성을 포기하고도 나를 응시하는 법을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야 ‘절대적 영향’의 욕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잘나 보이기에서 벗어나기


아침에 눈뜰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버거워 일어나기 싫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원 원장으로 일해 온 내담자가 그랬습니다. 학부모, 학생, 강사 등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학생들도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학부모 앞에서는 말실수를 할 것 같아 좌불안석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하는 이유는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걸 들킬까 봐서’입니다.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형편없는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기가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그 순간 정말 ‘찌질한’ 존재가 될 것 같아서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계속 노력하고 남들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하니까 계속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최초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기억을 찾아내서 다시 체험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물론 굉장히 어렵죠, 그렇게 피해다녔던 ‘찌질한’ 자신을 직시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고통의 근원으로 들어가야만 성장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잘나 보이는 자신을 포기하고 과거의 자신 앞에 웅크리고 앉아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어른’이니까요.     


4. 관계에서 한 발 떼기


이번 내담자는 연애에 실패해서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자기는 정말 사랑하는데 상대방은 자기만큼이 아닌 것 같아 섭섭했고,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집착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만큼 이 사람도 나를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다’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욕구가 지나치다면 결핍, 특히 가족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내담자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힘든 점을 자주 토로했다고 합니다. 자연히 어머니와 자신을 운명공동체로 느끼게 되었고, ‘내가 좋으면 너도 좋고, 내가 싫으면 너도 그래야 한다’는 공식이 생겼습니다. 

이는 가족 내 역할, 사회적 지위 외에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합니다. 내가 없으니 상대방에게서 나를 찾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 굴레를 끊으려면 우선 관계에 공간을 두고, 상대방이 내가 아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상대방의 감정이 내 감정과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납득해야 하고요. 정말 집착하는 것이 상대방인지 혹은 나 자신인지를 고민해 보고, 상대방의 감정을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여 상처받는 패턴을 그만둘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일은 그저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됩니다. 자질구레한 짐과 가재도구로 꽉 찬 집에 이삿짐을 옮기러 들어온 아저씨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이던가요. 바로 눈앞에 있는 짐들부터 하나씩 바구니에 챙겨 넣는 것입니다. 저 멀리 까마득한 산에 도달하게 하는 것도 바로 처음 한 걸음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잘 아시잖아요.”

《포기하는 용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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