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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Oct 17. 2019

"생활의 관측으로 우리를 읽습니다."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 박현영 소장 인터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2020년 한국사회를 내다보는 <2020 트렌드노트>는 다음소프트의 생활변화관측소의 작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연구원들은 매월 1억 2000만 건의 소셜 빅데이터에서 1000여 개의 키워드를 도출해 변화상을 관찰하고, 이를 7개의 인사이트로 정리하는 작업을 합니다. 

2019년을 3개월 남짓 앞둔 지금, 생활변화관측소의 박현영 소장을 만나 '생활변화관측법'과 우리의 메시지들이 모여서 그려내는 한국사회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생활변화관측소는 어떤 곳인가요?


A. 생활변화관측소는 데이터를 통해 생활의 변화를 관측하는 곳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소셜빅데이터에서 뜨고 지는 말을 통해 사회를 관찰합니다. 관찰된 결과를 7개 인사이트 노트로 만들어서 매월 구독자에게 전달합니다. 뜨고 지는 키워드를 포착하기 위해 빅데이터 엔진이 큰 도움을 주지만,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것은 아직은 사람의 몫입니다.


Q. ‘아직은’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언젠가는 사람이 하지 않게 될 거라는 뜻인가요?


A. 네, 빠른 시간 내에 그렇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 ‘마지막 데이터 해석자’라고 말하곤 합니다. 다음소프트에서도 이미 인공지능 리포트가 출시되었고요. 기계가 의미 선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의 의미를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즉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 아직은 인간 중재자인 데이터 해석자가 필요합니다.


Q. 뜨고 지는 키워드를 어떻게 포착하나요?


A. 키워드를 걸어놓고 언급 횟수가 크게 증가한 것들을 포착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새로 생긴 신조어는 언제나 뜰 수밖에 없습니다. 뜨는 키워드에서 ‘뜬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복잡한 문제입니다‘. 얼마나 증가한 것을 뜨는 것으로 볼 것인가?’,‘ 얼마나 먼 과거와 비교할 것인가?’, 가장 까다로운 문제인‘ 특정 할인이나 이벤트, 사건 사고에 따른 돌발적인 증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 뜨는 키워드를 정의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뜨는 키워드를 포착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 특정 키워드 세트 내에서 순위가 역전되는 것, 마지막으로 같은 단어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포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지요.

첫째,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 예를 들면‘ 코인노래방’은 지난 3년 동안 8배 성장했습니다. 코인노래방이 새로 나타난 시설은 아니어서 이게 트렌드라고 하면 동의하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코인노래방이 이렇게까지 많이 언급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노래방에는 있지만 코인노래방에는 없는 것이 있죠. 바로‘ 술자리’,‘ 모임’,‘ 회식’입니다. 코인노래방은 근본적으로 회식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코인노래방의 상승이 보여주는 함의는‘ 불편한 사회성을 제거한 것을 이 시대가 원한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 특정 키워드 세트 내에서 순위가 역전되는 것. 방송 플랫폼 브랜드의 언급량을 비교해보면, 2019년 1월을 기점으로 넷플릭스가 SBS, KBS, MBC를 역전했습니다.


셋째, 단어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 2013년‘ 혼밥’이 처음 등장한 이래 2018년 유사한 패턴의 키워드가 39개까지 증가했습니다‘. 혼술’‘, 혼영’‘, 혼커’‘, 혼스시’, 지금은‘ 혼라이프’라는 말까지 광고에 등장했지요. 생활변화관측소는 신조어에 주목하지는 않지만 신조어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은 포착합니다‘.


Q. 생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계신데요,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생활변화 방향성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앞에서 말씀드린 것들입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주관적 만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공간을 윤택하게 하는 동시에 불편한 사회성은 거부하고 제거해가고 있죠. 이 과정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위한 문화 콘텐츠가 발전합니다. 취미라고 할 수도 있고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는 문화 콘텐츠들이 다양해

지고, 디테일까지 알아보는 안목도 높아집니다. 희망은 이러한 문화적 콘텐츠의 발전에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우려스러운 것은 자기만의 취향에 갇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본다고 해보죠. 본인의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하므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지만 다른 콘텐츠는 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만약 이것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정치적 의견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건 좋건 같은 콘텐츠를 보고 있을 때보다 개개인의 의견은 더 편협하게 단단해지기만 할 것입니다. 다양성이 커지는 사회에서 의견은 더 편협해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겁니다. 하지만 생활변화를 관찰하는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중립성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지난 책에서도 말씀드린‘ 맨눈으로 바라보기’가 중요합니다.



"혼자 라이프에도 관계는 계속됩니다. 

당신의 비즈니스는 개인들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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