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브랜드 관리전략은 ‘자기다움’을 고집하고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브랜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메로나가 ‘올 때 메로나’를 비튼 ‘All that Melona’를 포장지에 써넣고 구찌가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은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소비자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을 이야기하자면 스타일쉐어를 빼놓을 수 없다. 소셜미디어와 쇼핑이 융합된 사업모델로 출발해 1020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는데,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어떻게 디지털 시대 소비자와의 소통을 시작하고 확장할 수 있었을까?
스타일쉐어는 창업 계기가 독특하죠.
예전에는 TV나 잡지에서 패션을 제시하고 소비자가 전달받는 구조잖아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당장 내일 학교 갈 때 입을 옷, 이번 주에 수학여행 가서 입을 옷이 필요해요. 그래서 일반인이 직접 콘텐츠를 공유하고 구매까지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마디로 ‘콘텐츠 기반의 쇼핑’이에요. 한국의 Z세대 분들이 패션과 뷰티를 공유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이 큰데, 스타일쉐어의 유저들은 요즘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타깃 고객들이에요. 유저들의 특징이나 소비패턴은 어떤가요?
저희는 ‘Z세대는 이래’라는 단정을 굉장히 두려워해요. 우리 고객의 나이대가 10~20대일 확률이 높다는 것만 인식하는 거죠. 말하자면 저희는 세대와 연령대를 함께 이야기하는데, 요즘은 세대에 중점을 많이 두잖아요. 그런데 그게 세대만의 이슈인가 싶거든요. 중요한 건 소비자에게 가장 편리한 방법을 찾아주는 거예요. 용돈 받는 10대들을 위해 ATM 입금 결제방법을 마련한 것처럼.
유저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맞춰 최적화하려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겠네요.
네, 특히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요. 새 브랜드 입점도 전통적인 이커머스는 MD가 감으로 밀어넣지만 저희는 그렇게 못 해요. 고객들이 이 브랜드는 왜 없냐고 저희에게 대놓고 말하기도 하고, 데이터도 있어서 철저히 고객 중심이에요. 고객들이 검색을 하고 댓글로 서로 추천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의견도 엄청나게 많이 받아요.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고 하셨지만 한편으로는 ‘스쉐다움’이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저희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중요합니다. 물론 콘텐츠 내용 측면에서는 자기다움이 중요하죠. 다만 저희는 이 부분에서도 사용자에게 주도권을 많이 주는 편이에요. 이제는 우리가 누군가를 섭외하고 어떤 브랜드를 선택한다고 해서 유저에게 그대로 먹히리라고 확신할 수 없거든요. 중요한 건 젊은 세대가 ‘옷’이라는 카테고리를 소비하면서 풍부한 콘텐츠를 보게 하고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겁니다. 기술이 허용하는 한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거죠. 포맷이나 방식은 계속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기업 모두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지가 고민인데요. 스타일쉐어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결국 최종소비자, 타깃에게 결재받아야 합니다. 우리끼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만들어도 유저들 피드백은 ‘됐어요’, ‘필요 없는데요?’가 대부분이거든요. 유저에게 통과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회사 내부 시선으로만 이걸 해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데이터를 보고 힌트를 얻으려고 하고, 글로벌 서비스보다 나은 무언가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과거의 브랜딩이 오랜 시간 지속가능한(sustainable)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브랜딩 전략은 변해가는 환경에 적응가능한(adaptable) 체질을 만들어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디지털 눈높이를 디지털 세대의 그것에 맞출 필요가 있다. 실제 나이가 아니라 ‘디지털 문화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 ‘디지털 시대의 문법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나이(digital age)를 스스로 판단하고, 낮춰가려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와 노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