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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Oct 07. 2020

사장의 마음에서 '사장의 생각'으로

<파는 사람들> 김일도 저자 인터뷰 후기

"실수할 기회를 줘야죠. 그거야말로 사장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파는 사람들> 에는 싣지 못했지만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의 인터뷰는 이 말로 끝이 났다. 자신의 브랜드를 9개, 심지어 직영 매장을 20개나 운영하는 경영자의 입에서 '실수'라는 당부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김일도 저자와는 공저 <저도 장사가 어려운데요> 와 단독 저서 <사장의 마음>을 이미 출간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 인터뷰에서는 좀 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실 전에 쓴 책들과 비슷한 내용이면 어쩌나 슬쩍 고민스럽기도 했다. 다행히도 저자가 가진 '생각의 서랍'은 다양했다. 기록의 힘이었다.


기록을 꾸준히 하나요?

네,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장치를 동원해요. 일단 휴대폰 메모장을 쓰고, 메모장 어플을 따로 쓰고, 업무용 어플도 따로 써요. 각각의 어플이 내 생각을 다르게 열어주거든요. 굳이 펜으로도 써요. 낙서하듯 적다 보면 자유연상기법처럼 제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져요. 노트, 휴대폰, 아이패드, 노트북이 제 기록의 장치들이에요.


전작 <사장의 마음>이 특별한 식당을 꾸려가는 사장의 한결같은 마음을 담긴 일기 같은 책이라면, 이번 <파는 사람들>에서 김일도 저자는 '사장의 생각', 즉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주로 이야기했다. 곱창이나 닭갈비, 찜닭처럼 평범한 대중음식을 잘 판다는 사실이 오히려 뿌듯하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파는' 키워드는 자부심이었다.


모두 사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죠.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모두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지금 저에게 브랜딩이란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자신 있게 답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제 자부심은 세상의 잣대인 ‘진짜 맛’ 이나 ‘멋진 인테리어’에서 나온 게 아니라, 친근한 대중음식을 내 방식대로 꾸준하게 팔아왔고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외식업에 정답이 없듯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정답도 없어요. 그냥“ 저희는 이런 걸 잘하는 브랜드예요”라고 툭 내려놓고 말하는 것, 그 자체가 브랜딩이죠.


자신이 잘하는 것을 내 방식대로 꾸준하게 판다. 장사의 교본처럼 들리지만 바꾸어보면 "학교에서 수업 잘 듣고 예습복습 열심히 했어요."와 같은 (조금은 빤한) 말 아닐까? 조금만 옆을 바라보아도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 어떻게 '내 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식당에 가서는 외려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건 직업병이잖아요. 고객의 눈으로 오롯이 느끼지 못하니 좋지 않더라고요. 언젠가부터 고객의 관점을 잃어버렸는데, 그러면 장사하기 좋은 것들만 눈에 들어와요. 그러고는 점점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해요. 잘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고 닮으려고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중심을 잃어버려요. 그걸 깨닫고 업자의 관점을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먹은 기억에만 초점을 맞춰요. (중략) 요즘 누가 된장찌개 잘하는지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내 기억으로 들어가서 답을 찾습니다.


업자의 관점을 버리는 것. 비교하지 않는 것, 내 중심을 잃지 않는 것. 나도 모르게 슬며시 적어두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책이 출간된 후 저자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우리만의' 티핑 포인트를 밝힌 기분이라고 했다. 티핑 포인트는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라는 뜻으로,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에서 시작되어 균형폭발적으로 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일도 저자는 파는 사람들의 티핑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아주 작은 시도들을 꾸준하고 꾸준하게 쌓아갈 수 있는 힘, 설령 폭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계속해 가는 힘,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는 힘을 발휘할 거라 믿는 믿음이야말로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12명의 티핑 포인트는 각기 다르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화려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꾸준함일 것이다. 그 꾸준한 시도가 궁금하실 독자분들을 위해, 10월 15일에 '파는 사람들'의 북토크가 열린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며! (신청링크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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