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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Dec 14. 2020

글과 친해지고 싶어서 모였습니다

쓰기클럽 긴 글 쓰기 매니저의 퇴근일기 

“긴 글 쓰기의 취지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글쓰기와 친해지는 것입니다. 글과 친해지려면 아무래도 자신의 글이 점점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한 취지에서 일주일에 한 번, 500자 이상 분량의 글을 매니저인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글에 대한 코칭(피드백)을 해드립니다.”


회사에서 ‘쓰기 클럽’을 시작했다. 내가 맡은 일은 긴 글 쓰기 체험단의 매니저. 체험단 멤버들을 상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써야 할 글의 주제를 공지하고, 제출한 글에 피드백을 하며 쓰는 즐거움과 잘 쓰는 팁을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역할이다. 


편집자로 일하고 있지만 남의 글을 고치는 일은 아무리 해도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의 글을 들여다보고 한 줄 더하는 일이 타인의 인생에 훈수를 두는 것 같아 반갑지 않은 기분도 든다. 글을 쓰면 스스로를 알게 되고 세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삶이 풍성해질 거라고 했지만, 정작 쓰는 세상으로 초대하려니 만병통치약을 광고하는 사람 같달까. 사실 글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나와 친해질 수 있고 글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나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일상을 즐길 수 있다. 평소 내가 무언가를 부지런히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찔리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마음의 갑론을박을 거쳐 조금은 두려운 기분으로 긴 글 쓰기 채팅방을 열었다. 첫 번째 글의 주제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 한 번은 글로 써보고 싶은 사람, 치 떨리게 싫은(????) 사람, 기억에 남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도 몰래 좋아하는 사람, 앞으로 못 만날 사람... 누구든 상관없다. 


마감은 매주 수요일. 체험단 모두 늦지 않게 글을 제출한 것도 놀라운데, 겹치는 케이스가 없다는 것도 신기했다.  글에 대한 피드백과 메일, 응원의 카톡을 주고받은 후에야 멤버 분들이 글과 함께 남겨준 소감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대상을 쓸 것인지? 어떤 내용이나 사건에 대해 쓸 것인지?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떻게 써야할지 너무 막막해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하.. 괜히 신청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한편의 글이 완성되고 클럽장님께 피드백도 받으니 신청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글을 써야지라고 마음먹고 머릿속으로만 써내려가는 것과, 진짜로 글을 써내는 것에는 정말 정말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지난번 피드백 덕분에, 제 문장이 좀 지나치게 긴 게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읽어보니까 그렇더군요. 이번엔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좀 더 수정해보았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중요하다. 누군가 나에게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글을 씀으로써 나를 더 파고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평소 어떤 단어를 자주 쓰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 자주 가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타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도 해보게 된다. 상상력의 부재와 어휘의 빈약함, 짧은 생각도 깨닫게 되지만 그 또한 나쁘지는 않다. 


파고든 후에는 자꾸 '다듬게' 된다. 처음에는 글을 자유롭게 쓰는 데 힘을 쏟지만 어느 정도 쓰는 습관이 붙고 나면 자신의 글과 생각을 다듬는다. 생각을 다듬다 보면 지나치기 쉬운 것들, 놓치기 쉬운 마음에 시선이 간다. 내가 무심코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않을지, 반대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지도 헤아리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은 거다. 


분명 내가 글을 고치는 역할을 맡은 것은 맞지만, 아직 한 번밖에 쓰지 않았는데도 멤버들은 ‘스스로’ 자기가 쓴 글을 다듬기 시작했다. 긴 글 쓰기 클럽의 취지는 눈치 보지 않는 글쓰기에서 '나아가는 글쓰기'로 가보자는 것이다. 음, 그러니까 부지런히 쓰다 보면 잘 살게 되고 스스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길게 써버렸다. 부디 다음에는 긴 글 쓰기 매니저의 자질에 대해 자신 있게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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