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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Aug 02. 2021

기획하는 사람의 '쏘스'를 전합니다!

쏘스 시리즈 003 <기획하는 사람, MD>  중에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세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기획하는 일 어딘가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MD 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한 회사에서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커리어와 좋아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허 _ 다양한 MD를 해보셨는데, MD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S _ MD는 장인이 아니고 철저하게 장사꾼입니다. 장사꾼을 좋게 표현하면 트렌드세터라고 할 수 있고, 다르게 표현하면 업자가 될 수도 있겠죠. 이 스펙트럼 안에서 본인의 스탠스와 품위는 MD 각자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물건을 사면서 느끼는 희열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생리적 욕구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 아닐

까 생각해요. MD는 그것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니 ‘보람’을 갖고 재미있게 할 수 있죠.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끊임없이 변화하니까요.


장사꾼이라고 했지만 MD 는 직職 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난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MD 가 자격증은 없지만 전문직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말하면 이 일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일을 잘하고, 그렇지 않다고 MD 를 못하는 게 아니에요. 좋은 회사에 소속돼 있다고 해서 저절로 유능한 MD 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본인이 관심이 없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결코 일 잘하는 MD 가 될 수 없어요. ‘일’대 ‘일’로서 대하는 태도를 갖추고 일하는 사람은 학벌이나 스펙 여하 불문하고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 나의 취향이 확실해서 MD 를 하고 싶다는 분이 있다면 차라리 디자이너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마인드로 MD 를 한다면 백전백패할 수 있어요.


허 _  자기 취향이 강하다고 MD 를 할 수는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취향과 감도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S _  감도는 남을 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옷 잘 입는 것, 좋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감도가 아니고 그냥 자기만의 취향이 있는 거죠.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눈치가 빠른 거라 생각해요. 자기 몸에 대한 눈치,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눈치가 빠른 거죠. MD 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남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뒷담화에 능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웃음) 


허 _  ‘요즘 MD ’의 필요 역량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S _  네 공감합니다. MD 는 저에게 동경의 일이었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내가 트렌드의 맨 앞단에 있고 무언가를 주도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패러다임이 깨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엑셀 잘하고 브랜드 잘 알고 감각 좋은 것이 예전에는 MD의 능력이었다면, 이제는 판단력이 MD 가 갖는 최고의 능력 아닐까 싶어요. 당연히 과거에도 판단력이 필요했지만, 과거에는 우리가 상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아, 이게 트렌드구나’라며 인지하고 구매했는데, 지금은 MD 들이 신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이미 트렌드가 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을 시간조차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외면할지라도 MD 가 소신을 갖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한마디로 거지 같은 상품도 거 지 같지 않게 보이는 능력 같은 거랄까요. 이런 게 지금의 MD 에게 요구되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허 _  패러다임의 변화에 이커머스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S _  네. 이제는 MD 라면 온라인을 배제하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죠.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백화점의 일부 명품이나 골프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을 떠나서는 MD 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산업의 변화가 MD 에게 필요한 역량과 일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의 MD 가 될 수는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작은 브랜드의 MD 라면 예전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기획할까’가 포인트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플랫폼에서 잘나가는 브랜드가 될까’라는 고민을 하나 더 해야 하는 거죠. MD 의 본질적인 고민, 즉 상품에 대한 고민보다 오히려 플랫폼 대상의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더이상 MD 는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요. AI 에 대체될 수도 있는 거고요. 내 고집을 갖고 현재 트렌드를 몸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기존에는 먼저 상품기획을 시작하고 그걸 보여주기 위해 페이지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페이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넣는 개념으로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명품 쇼핑도 네이버, 쿠팡, 무신사 등에서 이미 가능해졌잖아요. 대기업도 이제는 스타트업의 마인드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 <기획하는 사람, MD>의 본문 인터뷰 중에서 


MD로서 기획자로서 다양한 도전과 성장을 하고 있는 이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  MD’, ‘요즘 생각’, 그리고 우리의 커리어에 참조가 될 ‘일을 대하는 태도’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책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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