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으로 자신의 멋을 만든 여성들
"제게 어려웠던 일들은 그들에게도 어려울 것 아니에요?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먼저 겪었던 사람으로서 말해주려고 해요."
‘요식업계는 여성들이 일하기 어려운 곳이다’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다음 말을 찾고 싶었습니다. 왜 어려운지, 옛날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떻다든지,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라든지, 성별을 떠나 원래 힘들다든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아홉 명의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수십 번 “왜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보다 더 많은 답을 듣고, 비로소 생각했습니다. 다음 말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요.이야기는 새로 쓰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우리의 언어로 삼을 수 있는 말은 많다는 것을요.
아홉 명의 인터뷰이들은 외식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이들 각자의 삶은 전부 다릅니다. 만든 사람이나 먹는 사람에 따라 세상에 똑같은 맛은 없는 것처럼 인터뷰이들도 자신만의 새로운 맛을찾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걸어온 길은 각기 다른 멋을 가지고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미토우의 김보미 셰프, 라라관의 김윤혜 셰프, 그리고 한식의대가로 자리매김한 조희숙 셰프는 오너 셰프로서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바탕으로 노력하되 타협하지 않는 단단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편 요식업 하면 셰프부터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조금은 남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 대표, 교수이자 연구가 신계숙 교수, 메뉴 개발자 최현정 셰프가 그 길을 걸어온 이들입니다. 김나운, 이슬기, 정혜민 셰프는앞으로 어떤 맛과 멋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요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들은 요리를 전부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그 길에는어떤 일들이 있었고, 또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살아가면서 꼭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면 내가 탐험해보면 된다는 생각을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제 10년 후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기 시작한 바로 그때, 롤모델이 왜 중요한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롤모델이란 따르고 싶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첫 번째 스케치라는 것을요. 요리의 세계가 궁금했던, 요식업계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차근히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주하게 될 현실적인 세계와, 그 세계에서 펼쳐질 이상적인 미래를요.
요식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합니다. 자신의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걸어갈, 또는 걸어갈 수도 있는 길에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당신이 본 것이 당신을 만든다You can’t be what you can’t see.”
미국의 변호사 마리안 라이트 에델먼이 1959년 스펠먼 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말로, ‘사람은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내일의 나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 이 아홉 명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선명한 모습을상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길을 이미 걸었던 사람들이 있고,동시에 이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세상은 조금 더 넓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