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스톤 Oct 08. 2021

생활 근육을 성장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저자 인터뷰  


✔️ 책의 제목이 도발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오랫동안 우리 삶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을 하다 보니 몇 가지 변화의 상수가 보였습니다. 집단이 아니라 혼자가 삶의 기본단위가 되고, 각자의 평생이 길어지며, 선택적 대면과 자동화로 무인화는 점점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처럼 점점 길어지는 삶에서 예전 같은 끈끈함으로 집단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지면 각자는 스스로를 오롯이 책임져야 합니다. 이에 반해 생산에 사람의 기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 어떤 삶의 스탠스를 세워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입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일단 해봐!’는 도전정신을 북돋는 훌륭한 격려이지만,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경우에는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을 듯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면 소진됩니다. 이제는 무턱대고 하지 말고, 먼저 생각하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노력을 성실하게 치러내자는 의미에서 지은 제목입니다


✔️ 최근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업으로서 데이터분석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데이터분석가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데이터 분석가는 증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다시 말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Data Driven Decision Making)을 돕는 일을 합니다. 효율적인 교통량의 분산 및 최적화, 생산의 효율화, 사용자 선호를 돕는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이 활용됩니다. 그중 제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남긴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일, 마인드 마이닝(Mining Minds)을 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코로나19로 사람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 삶의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여겨졌던 기술과 교류의 방법들이 과감하게 주류로 떠오르는 일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새벽배송과 대면을 줄여주는 무인상점, 원격교육과 유연근무, 재난지원금으로 실험되는 기본소득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방안에 대한 수용이 빨라집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새로운 혁신은 사회의 발전을 가속화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현기증을 느끼게 합니다. 급격한 변화 속 사람들은 갖고 있던 믿음이 흔들리는 ‘가치관의 액상화’ 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책’이라는 데이터의 특별함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활자중독이라 할 만큼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많이 읽다 보면 생각이 증폭될 수 있는 대목이 보이고, 대개 거기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미래를 미리 보시려면 많이 읽고 생각하는 훈련이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책은 소중합니다. 누군가가 일정 기간 동안 궁리한 고민의 총량이 응축된 산물이니까요. 게다가 만질 수 있고, 표시할 수 있다는 물성 때문에 저는 종이책을 특히 좋아합니다. 책을 읽는 스스로가 뿌듯하게 여겨지는 느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웹소설이나 웹툰 등 디지털 저작물이 더 확산된다면 종이책의 위상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죠. 외국의 어느 영상에는 아기가 태블릿PC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친구에게 종이책을 주니 손가락을 벌리고 쿡쿡 찔러보다가 흥미를 잃더군요. 확대도 안 되고 터치도 안 되니까요. 저처럼 종이책에 대한 경험과 향수가 없는 다음 세대에게는 종이책의 위상이 지금과는 달라질지 모릅니다. 


✔️ 부제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가 인상적인데요. 특히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일상을 기록하는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일상의 모든 행위는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영화, 보고 있는 책 속 한 구절, 사용하는 브랜드, 자주 가는 곳, 사용하는 단어들을 보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SNS에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친구신청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누구를 팔로우하는지 보기도 하고 심지어 그 사람에 대한 가치판단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정보를 습득하는 것, 소비하는 것, 기록하는 것, 네트워크, 라이프스타일 모든 것은 우리가 발신하는 ‘신호’가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는 세상에는 각자가 만들어내는 신호가 동류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됩니다. 그렇다면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나의 지향점과 그것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처음부터 정의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 책의 마지막 챕터 주제가 ‘성장’입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성장의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모닝루틴 이나 #100daysofpractice와 같이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보입니다. 집단의 성장보다는 개인의 ‘자람’을 추구하는 노력이죠. 이런 시도들이 모두의 삶에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성장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장은 적응의 결과물이고, 적응은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현행화’라 표현합니다.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가 힘을 기울이는 것이죠. 환경이 바뀌면 규칙이 바뀌고, 개개인은 바뀐 규칙을 습득해야 합니다. 이걸 못하고 옛날 규칙에 갇혀 살면 속칭 ‘꼰대’가 되기 쉽습니다. 언제나 현재를 유지해야 할 테니, 적응은 평생 동안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피곤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의 근육이 생깁니다. 예전 뱃사공 아저씨는 근육을 키우려 운동하지 않아도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생활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성장을 위해 살지 않아도 삶에 꾸준히 적응하면 얻는 훈장과 같은 생활근육을 ‘성장’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냥 하지 말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